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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역자’로 몰린 러 중앙은행…‘인민재판’ 부활?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러시아의 옐런, 나비울리나의 위기’

루블화 가치 폭락에 러시아 중앙은행이 ‘국가의 적’(enemy of the nation)이라 불리며 졸지에 반역자집단으로 몰렸다. 화폐가치 하락을 전부 중앙은행 탓으로 돌리는 일부 러시아 국회의원들은 철저한 감사와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해 옛 공산국가들의 ‘인민재판’을 연상케 했다.


집권 여당인 러시아 통합당 예브게니 표도로프 의원은 러시아 중앙은행을 ‘국가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검찰의 범죄혐의 조사를 요구했고 중앙은행 지도부가 루블화 가치를 하락시키려고 노력해 ‘최악’(maximum evil)이라고 비난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전했다.

빗발치는 비난의 중심에 선 것은 엘비라 나비울리나(51) 중앙은행 총재다.

지난 1일 달러대비 루블화 가치는 6% 하락하며 한때 1998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기도 해 외환위기 우려를 낳았다. 올 들어선 63%가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긴장상태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유가하락 등 잇따른 악재에 지난 10월 나비울리나 총재는 환율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8%에서 9.5%로 1.5%포인트 인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초부터 올 들어서만 4차례 인상을 거쳐, 5.5%에서 9.5%로 4%포인트 올랐다.

11월 초엔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하고 외환보유고를 털어 외환시장에도 개입했다. 그러나 이같은 절박한 노력에도 환율방어엔 실패했다.

야로슬라프 리소볼릭 도이체방크 모스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사방에서 나비울리나를 비난했다”며 “몇몇은 금리인상이 완만하다고 지적했고 다른이들은 루블화 유통으로 변동성이 커져 위험해졌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반대로 루블화 유통이 너무 늦었다며 비판을 가했다”고 말했다.

FT는 올 연말 물가상승률이 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곧 있을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돼 나비울리나 총재가 비난에 더욱 휘말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타타르계 노동자계급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러시아 기업인 연합에서 일했다.

정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으며 경제부 차관을 지냈고, 1998년엔 러시아 최대은행 가운데 하나인 국영 스베르방크를 소유한 저먼 그레프가 세운 싱크탱크인 전략개발센터(CSD)에 들어갔다.

지난 2006년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G8(주요 8개국) 정상회담 개최를 도왔으며 2007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대통령직을 바꾸면서 경제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2년 푸틴이 대통령에 다시 취임해서는 대통령 경제 고문으로 크렘린에 입성했다.

나비울리나는 전임자였던 세르게이 이그나티예프와 교체됐는데 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한 인물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그를 총재로 임명하면서 정치권의 개입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ygmoon@heraldcorp.com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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