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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조직 위해 욕심 버린 이순우 우리은행장
‘37년 우리은행맨’ 결국 연임포기 “CEO 인사때마다 나오는 잡음…민영화 마무리 못해 아쉬워”
지난달 말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건 하늘의 뜻이죠. 하늘의 뜻이라면 따라야죠.”라며 다소 생뚱맞은 대답을 내놨다. 당시 경쟁구도는 이 행장의 연임이 점쳐졌던 시기였기에 초탈한 그의 모습은 오히려 낯설었다. 1년 6개월이란 반토막 임기에도 “나를 따르라”며 우리은행을 진두지휘했던 ‘따거’(형님)의 호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를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부에서 점찍은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해지더니 그는 5일만에 연임포기를 선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임 포기를 발표한 날 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2014년 올해의 금융인상’을 받았다. 하늘의 뜻은 다름아닌 ‘관’의 뜻이었던 셈이다. 행장후보추천위원회 일부 위원들도 그의 연임을 지지했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에는 결국 정부의 뜻이 관철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포기했고 행추위는 누가 ‘들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2명을 포함해 심층면접 대상자 3명을 차기 은행장으로 선정했다.


실적도 좋았고 민영화를 위한 체질개선 작업이 성과를 내며 대내적으로 평가도 괜찮았다. 지난 37년간 우리은행 맨으로 누구보다 조직을 잘 알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성과보다는 인맥이 중요한 정부 소유 은행의 우두머리에 불과했다.

행추위원이 누구인지, 평가항목은 무엇인지 어떠한 것도 공개되지 않은 채 내려진 결정이었지만 그는 인정했다. 이 행장은 “조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연임을 고집했다면 우리 조직은 다 죽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개인적인 욕심에 37년간 몸담은 조직에 제2의 KB 사태가 일어날까 두려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갑작스런 연임포기 소식은 내부 직원들에겐 적지않은 충격이었다. “당혹스럽고 맥이 빠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내부 분위기다.

이 행장은 “민영화를 정말 완수하고 싶었다”며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민영화가 되면 CEO 인사 때마다 나오는 잡음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인사잡음은 내 대에서 끝내버리려 했다”고 했다. 완수하지 못한 민영화 만큼이나 갖은 잡음에 흔들리는 조직을 보는 것이 그에겐 더 가슴아픈 일이다.

어두운 인상을 고치려 매일 거울을 보며 웃는 모습을 했더니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는 이 행장의 성공스토리는 유명하다. 혼란스런 조직을 다독이며 웃는 모습을 볼 날이 이제 3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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