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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세계화, 도약 위해 뿌리까지 웅크리다”
K-푸드 프론티어- 한식재단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지난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와인앤푸드(Wine & Food) 페스티벌에 홍보 부스를 차린 한식재단 관계자들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현지인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과거 ‘한식’ 하면 비빔밥, 갈비 정도를 떠올렸던 서양인들이 한식에 대해 생각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

특히 독특한 향과 맛 때문에 꺼려할 것이라 생각했던 장의 인기는 고추장, 된장, 쌈장 할 것 없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계적 트렌드인 발효로 생산돼 몸에도 좋고 맛도 괜찮다는 인식이 어느덧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와인앤푸드 페스티벌에서 미국 현지인들이 한국 전통의 발효식품인 막거리와 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음식을 세계에 보급함으로써 한국과 한국인의 국제적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호감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 정부에서 시작한 ‘한식 세계화 사업’. 시작 당시 5개 부처에 걸쳐 범정부적으로 진행되던 일이 현정부 들어 농식품부 단독의 사업으로 바뀌며 사업이 축소돼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신세가 됐지만, 실무를 맡은 한식재단은 여전히 처음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2010년 3월 출범한 한식재단의 초창기 사업은 주로 해외에 한식을 알리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G20과 같은 해외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 한식을 선보인다던지, 케이푸드(K-Food) 노래나 홍보 영상을 만들어 보급한다던지, 해외 식품 박람회에 홍보 부스를 차리는 식이었다.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뉴욕 현지인들의 한식에 대한 인지도는 2011년 상반기 24.2%에서 해마다 높아져 지난해에는 53.1%를 찍었다. 한식에 대한 선호도 역시 31%에서 65.3%로 두배 이상 뛰었다. 한류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는 90%에 가까운 이들이 구매의도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 2009년에는 하나도 없었던 미슐랭 가이드북 스타등급 한식당이 올해는 여섯개까지 늘어난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작업 없이 홍보성ㆍ전시성 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가령 2012년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는 이전 3년간의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한식세계화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현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실시한 이 설문에서 한식은 C등급인 73.2점으로 세계 12개국 음식 중 7번째 수준으로 평가됐다. 2017년까지 세계 5대 식문화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하위목표로 한식 세계화 전략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한식재단의 사업은 한식의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 국내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가장 기본이 돼야 할 한식 메뉴를 부르는 이름부터 통일하고 있다. 가령 김밥은 로마자 표기와 영어 번역 모두 ‘Gimbap’으로 하고 중국어로는 뜻을 옮긴 ‘紫菜卷飯(쯔차이쥐안판)’, 일본어로는 원음을 따른 ‘キンパプ(긴파푸)’로 표기했다.

시중음식점 메뉴판에 ‘six times’라는 이상한 번역으로 옮겨져 화재가 됐던 육회의 경우 영어로는 ‘생소고기’라는 뜻인 ‘Beef Tartare’, 중국어는 ‘生拌牛肉(성반뉴러우)’, 일본어는 ‘ユッケ(윳케)’로 옮겼다.

이밖에도 한식의 원형을 복원하고 북한 전통음식의 조리법을 보급하는 대중서적을 발간해 한식의 뿌리까지 깊이 파고드는 작업을 하는가 하면, 한식조리전문인력 육성해 양질의 한식 요리를 세계에 전파할 첨병들을 양성하고도 있다.

또 한식을 통해 세계 각국에 진출을 하고 싶으면서도 마땅한 정보를 얻지 못해 발을 구르는 이들에게 해외 외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한식재단 관계자는 “2015년부터는 해외에 한식을 알리는 한식세계화를 넘어 국내외에 한식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한식진흥 및 음식관광활성화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한식저변 확대, 경쟁력 제고, 민간역량 강화, 식문화 다양성 확립, 부가가치 창출 등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체계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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