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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産’수익사업 제품 러시
우유는 기본, 실험실에서 만든 빵-충치예방 초콜릿-화장품…
식품관련 학과서 연구 파생물
단독-산학협력 형태로 상품화
잘나가는 곳은 학교재정 보탬
일부는 고가 등으로 시장 외면
“대학 공공성 해친다” 거부감도


충치를 예방하는 초콜릿, 지방과 나트륨 함유량이 일반라면에 비해 20% 이상 낮은 라면…얼핏보면 식음료 업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울 법한 제품들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원산지는 모두 대학이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국내 대학교들이 먹거리 산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각 대학교들이 자체 연구를 통해 기존 식품업체들이 해내지 못한 성과를 이뤄내면서 스스로 혹은 산학형태로 상품화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 ‘지성의 산실’ 대학교가 제조업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국내 대학들이 건강 등의 기능을 담은 차세대 먹거리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대학교들이 건강 등의 기능을 담은 차세대 먹거리로 계속해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며 “일부 대학교의 경우에는 별도 법인화를 통해 수익성까지 담보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고, 일각에선 이에대한 학내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초콜릿에 화장품까지…대학산(産) 제품의 홍수=수능철이면 대박(?)을 치는 상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서울대 초콜릿’이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이 판매하는 초콜릿은 몇해째 매년 수능 때마다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현재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서울대 초콜릿’은 삼광식품이라는 OEM업체로부터 물량을 납품받은 것으로 온전히 서울대가 만들었다기에는 구색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짜 서울대에서 만든 초콜릿도 나왔다.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 기술로 개발된 이 초콜릿은 설탕 대신 ‘팔라티노스’와 ‘말티톨’ 같은 대체당을 사용해 충치를 예방하는 기능이 있으며 올해 1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융합기술원은 지난 5월 중소기업과 손잡고 수원 광교신도시에 초콜릿 카페 ‘쇼코아틀리에’를 개점해 산학협력으로까지 나아갔다.

학교 관계자는 “가격이 1만8000원으로 다른 제품에 비싸고 수제 초콜릿이라 제품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판매량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식품 사업으로 가장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연세대다. 연세대는 우유를 비롯해 김ㆍ시리얼ㆍ홍삼ㆍ유산균 등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연세 우유는 현재 통관 문제로 수출이 잠깐 멈췄지만,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우유 제품 중 하나였다. 최근에는 식품 뿐만 아니라 화장품, 주방용 세제에까지 손을 뻗은 상태다.

연세대는 이외에도 다양한 수익 사업을 통해 2011년 3390억 원, 2012년 373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돈을 대학 측에 넘겨 재정에 보탬이 되고 있다.


▶공공성에 발목 잡힌 대학산(産)=하지만 대학에서 개발한 제품들이 항상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상용화는 됐다고 하지만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한데다, 고(高) 기술의 접목으로 생산원가가 높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특히 대학교 특성상 ‘공공성’이라는 측면도 대학산(産)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가령 서강대가 만든 ‘알통통스마트면(일명 서강라면)’ 은 산학 협력모델로 개발됐지만 높은 가격 고전을 면치 못하다 사실상 퇴출된 제품이다.

서강라면은 1인분 평균 칼로리가 390Kcal, 나트륨이 1280mg으로 열량과 나트륨이 일반라면에 비해 20% 이상 낮은 제품이다. 서강대는 온도와 압력에 변화를 주면서 원하는 물질만을 선택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인 ‘초임계 유체 추출기술’로 지방 함유량을 기존 제품보다 획기적으로 줄였다.

다만 봉지당 1600원에 가까운 가격, 나트륨 저감화에 따른 맛 저하로 인해 소비자에게서 외면당해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아예 시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교내 학생복지용으로 생명만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1978년부터 만들어진 고대빵은 이 학교 생명대 식품과학종합실험실을 공정라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 만들어질 당시 농대에서 실험실용으로 만들었던 것이 판매가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고대 식품가공라인’이라는 상호 명으로 사업자등록까지 하면서 수익사업체가 됐지만, 규모는 영세하다. 고작 3명의 제빵 인력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월 평균 1만개 정도의 빵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이나 수능처럼 대량 주문이 들어오는 때는 모든 직원이 밤샘작업에 나서야 할 정도다. 연평균 매출은 4억5000만원 정도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 복지 차원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재료도 좋은 것을 쓰고 가격도 낮게 잡아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식품 관련 학과를 가지고 있다 보니 연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결과물을 학내에서 실험적으로 적용해보는 경우가 많다”며 “본격적인 수익 사업으로 넘어가기에는 대학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인한 저항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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