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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탁월한 외교와 균형감각, 진정성으로 끌어낸 화합의 메시지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어떤 행보나 메시지도 일방적인 것이 없었다. 탁월한 외교와 균형 감각이 빛났다. 알맹이 없는 수사가 아니라 현재의 이슈에 대한 분명하고 강력한 발언으로 진정성 있는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세계 가톨릭의 수장 교황 프란치스코가 사흘간의 터키 방문을 통해 특정 교파를 뛰어넘는 종교적ㆍ정치적ㆍ정신적 지도자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다시 한번 알렸다. 터키 방문을 포함한 최근의 행보는 다시 한번 “외교란 이런 것” “균형과 중용의 덕은 이런 것” “화합과 공감의 정치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터키 방문 마지막날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동방정교회 총대주교 바르톨로뮤 1세와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화합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우호 선언’을 발표했다. 교황의 수장권 인정 문제를 두고 벌어진 1054년 대분열(Great Schism) 사건으로 갈라졌던 가톨릭과 동장정교회 사이 천년 가까운 분열을 극복하자는 메시지였다. 이들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폭력이 종식돼야 하며 IS에 박해받는 기독교도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이슬람 테러세력의 공격에 대해 기독교 세계와 인류사회의 단합을 촉구한 것이다. 터키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슬람교 지도자들에게 이슬람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 행위를 비판할 것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교황은 모든 기독교인을 근본주의자로 지칭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이슬람교도를 테러리스트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이미 터키 방문 중 이슬람에 대한 최대의 예를 표했다. 이슬람 사원을 방문해 이슬람 예법을 따라 신발을 벗었고 메카를 가리키는 이슬람 사원의 성소(미흐랍)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교황청에선 교황의 행동이 ‘기도’가 아니라 ‘침묵 경배’라고 했다. 다른 종교의 신에게 기도할 수는 없지만, 최고의 존중을 표한다는 의미다.

그는 IS에 대해서마저도 “우리가 IS와 대화를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나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리즘에 대해 “현실이며 또한 위협”이라고 말했으나 테러리즘 외의 세계적 악(惡), 즉 강제노동, 인신매매, 아동매매에 대해서도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교황은 지난 8월 IS에 대한 미국의 공습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불의한 공격자를 막는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위협도 있지만, ‘국가 테러리즘’이라는 또 다른 위협이 있다”고 했다. 국제적 합의 없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되는 특정 국가의 일방적 자의적 대처를 경계한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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