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성연진 기자] 자산 규모가 같아도, 씀씀이는 저마다 다르다. 개인 제트기와 요트, 슈퍼카, 저택 등 부호들마다의 쇼핑 목록도 다 제각각이다.

선물 투자 업계의 거물, 헤지펀드 업계의 마법사로 불리는 폴 튜더 존스는 그런 의미에서 조금 다르게 돈을 쓰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면 그는 미국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 위치한 그의 저택을 엄청난 전구 장식으로 꾸민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이 ‘폴 튜더 존스의 크리스마스 라이트 쇼(Light show)’라고 따로 보도할 정도다. 종종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농장 타라에 비견되는 그의 저택은, 한 해를 잘 보내고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크리스마스를 더 즐겁게 보내기 위한 선물과도 같다는 평가다.

폴 존스 저택의 크리스마스 장식

그는 저택을 한껏 장식한 후,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에 있는 별장으로 날아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곤 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아프리카에 있는 그의 리조트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경탄할 만한 인생(awesome life)’이라 칭할 정도로 그의 생활 방식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이유는 바로 이 리조트에서 찾을 수 있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위치한 싱기타 그루메티 리저브즈(singita Grumeti Reserves)는 존스가 지난 2003년 35만 에이커(4억2800만평)의 땅을 사들이며 시작됐다. 존스가 이 땅을 살 당시 탄자니아는 밀렵꾼 문제가 심각하게 번져 있었다. 야생동물 보호 문제에 관심이 많던 그는 수년간 아프리카 현지인들과 생태계 복원에 힘썼다. 급격히 수가 줄던 야생동물들이 다시 본래 규모를 되찾던 때, 그는 이 곳에 사파리 리조트를 세웠다.

싱기타리조트에서 볼 수 있는 세렝게티 초원(왼쪽)과 그루메티강을 끼고즐기는 사파리(출처:싱기타리조트 홈페이지)

여의도 170배에 달하는 규모에 단 하나의 리조트.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야생 동물들이 눈앞의 초원을 달리고,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곳. 이곳에 TV는 필요없다. 아는 사람을 마주칠 일도 없고 알람시계 대신 사자의 울음소리에 아침을 맞는다. 이곳은 매년 의심할 바 없이 세계 최고의 리조트로 꼽힌다.
성수기에는 식사와 음료, 사파리 등을 포함한 하룻밤 패키지가 약 8000달러(약 900만원)에 달하지만, 일생에 단 한번 특별한 경험을 하고픈 이들의 ‘버킷 리스트’에 싱기타는 빠지지 않는다. 

싱기타리조트 스위트룸에서 야생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전면 유리창  (출처:싱기타리조트 홈페이지)

이곳에 동물 애호가들이 매혹되는 까닭은 또 있다. 그루메티 강을 낀 싱기타 로지(Lodge) 파루파루에는 백만 마리가 넘는 누 떼가 매년 대이동을 하는 광경을 직접 볼 수 있다. 

에어컨이 설치된 텐트 스위트룸의 전면 유리창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보던 야생 다큐멘터리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을 뿐아니라, 일몰의 장관도 감상할 수 있다. 실외 샤외를 하다 코끼리 떼의 산책을 목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싱기타리조트의 아프리카 초원을 바라보는 야외 수영장 (출처: 싱기타리조트 홈페이지)

폴 튜더 존스의 순자산은 포브스 기준 약 43억달러, 한화로 약 4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보다 자산이 많은 이는 많다. 그러나 그처럼 ‘멋있는 인생’을 사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아프리카의 사파리 리조트를 갖고 있거나, 저택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해서가 아니다.

폴 튜더 존스

존스는 1988년 뉴욕시에서 빈곤을 퇴치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비영리단체 로빈후드재단을 세웠다. 이 비영리단체는 2000년대부터는 빈곤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 도서관을 지어주는 창의적 방법으로 가난한 이들의 빈곤 탈출을 돕고 있다. 2006년에는 포천지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자선단체로 뽑히기도 했으며, 2009년에는 조지 소로스가 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