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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임창정,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2014년도 한 달밖에 안 남았다. 기온이 뚝 떨어진 탓에 옷깃을 더욱 여미는 요즘이다. 너도 나도, 잔잔한 발라드에 캐롤까지 내놓고 있는 가운데 아주 빠른 비트의 댄스곡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그때 또다시' '날 닮은 너' '오랜만이야' '소주한잔' 등 주옥같은 발라드로 큰 사랑을 받은 가수 임창정이 말이다.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타이틀을 '임박사와 함께 춤을'로 정해놓고 '친한 사람'이 나왔다."

임창정은 지난달 24일 새 음반 '친한사람'을 발표했다. 여기엔 음반 타이틀과 동일한 애절한 발라드 '친한사람'과 댄스곡 '임박사와 함께 춤을'이 들어있다.

더욱이 '임박사와 함께 춤을'은 그가 지난 3월, 5년 만에 발표한 12집 정규 음반에 수록된 노래다.

"'임박사와 함께 춤을'은 7개월의 수정 작업을 거쳐 다시 나왔다. 완성된 뒤 '됐다' 싶어, 또 하나의 발라드 곡을 썼다. 곡이 꽤 괜찮게 나왔지만, 이미 '임박사와 함께 춤을'로 뮤직비디오 등 진행을 많이 해놓은 상황이라 되돌릴 수 없지 않은가(웃음). 그러고 보니, 기사를 통해 센 가수들이 발라드로 많이 나오는 걸 보고 '운명인가, 운이 좋은 건가' 싶었다. 사실 아깝기는 하다. 그래서 당초 댄스곡으로 쭉 가려고 했지만, 반응들이 '겨울엔 발라드'라는 의견이 있어서 더블 타이틀로 가기로 했다. 당장의 방송 활동은 '임박사와 함께 춤을'로 갈 거다."

곡이 만들어진 배경과 취지는 동일하고, 이박사의 피처링도 같다. 하지만 전체적인 멜로디 구성이 바뀌었고, 랩 피처링도 더해졌다.

"원곡은 그야말로 장르 파괴였다. 클럽에서 듣는 음악인가, 아님 트로트인가 싶을 정도로. 아마 전세계 없는 장르가 아닐까(웃음). 그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한국 가요가 됐다. 난해한 부분,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집어 넣었는데 그걸 제거하고 멜로디를 쉽게 쓰고 쉬운 가사를 넣고, 랩이 없었는데 첨가해서 재탄생됐다. 수소문 결과,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 LE가 랩 피처링을 맡았다."

LE의 피처링에 대해 "기계음을 입힌 줄 알았다"는 임창정의 들뜬 목소리가 만족감을 대신한다.

앞서 뮤직비디오로 큰 인기를 얻은 '문을 여시오'와 마찬가지로 '임박사와 함께 춤을'도 공을 들였다.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는 개인적인 모습, 사생활 속 웃는 내 모습을 발췌했다.


콘서트에서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밝은 모습을 모았다. 이 곡은 '웃어보자'는 취지에서다. '문을 여시오' 때문에 약간의 부담감은 있었다. 워낙 반응이 좋았고, 중국에서도 뜨거웠고 필리핀은 공연을 가야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 뮤직비디오의 게스트가 워낙 많았으니 이번에도 기대를 할 것 아니냐. 그래서 대한민국 유명 스타들의 웃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그들의 진짜 웃는 모습을 보내달라고 일일이 부탁했다. 휴대전화로 찍어서 보내달라, 뮤직비디오에 담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10명에게 부탁을 했다면, 9명은 모두 보내줬다. 모두 60 여명이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전화를 했고, 흔쾌히 부탁을 들어줬다. 그 중에서는 촬영장에 와서 출연까지 해준 분들도 있다."

다만, 과한 욕심은 없다.

"즐기려고 만든 것이다. 이미 누려볼 것 다 누려봤는데 더 이상의 것을 바라면 욕심이다. 즐기자고 마음먹었다. 즐기면서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땐 감사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웃어보자'는 곡의 취지와 꼭 맞아떨어진다. 음원 공개 후 그는 각종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흥겨운 컴백 무대를 이어나갔다. 화려한 색상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짱구'의 '호이호이춤'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고 특유의 거침없는 퍼포먼스와 여유로운 무대매너는 '역시 임창정'이란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이전 음반의 수록곡을, 그것도 7개월의 수정 작업까지 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발라드'를 앞세우고 있는 지금, 꼭 댄스곡으로 나와야 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도대체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임박사와 함께 춤을'의 탄생은 임창정이 '웃으면 좋은 일이 온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뒤 탄생했다. 그는 마치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이 '좋은걸'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다.

"내가 경험을 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취지였다"는 간단명료한 한 마디.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좋은 일만 있고, 계속 잘 될 수 있나. 또 반면 고민만 있고 안좋은 일만 있다면 사는게 재미가 없지 않나. 그렇게 어떻게 사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00년을 산다고 하면, 사람에게는 똑같은 횟수의 행복과 불행의 숫자를 준다고. 행복을 3번 줬으면 불행할 기회도 3번 주어지는 거다. 그러니, 좋은 일이 생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고민거리가 있다고 처질 필요 없다는 거다. 좋은 일은 남들에게 위화감 조성하지 않을 정도로만 즐기고,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땐 위축되지 말고 좀 있다 행복이 온다는 생각으로 살자는 거.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힘들어도 웃기'. '임박사'는 '한 번 해봐'라고 말한다.


"많이 힘들었을 때 '앞으로 좋은 일 있을 건데,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좋은 일이 생기기 전에 한 번 웃어보자 해서 화장실
에서 거울 보고 혼자 웃고, 그랬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하하하' 미친놈처럼 계속 웃다가 인상을 써봤더니 잘 안되는 거다. 그런거다. 인생이
란 게. 웃을 일 없었는데, 웃었더니 이사도 가고, 계약도 성사되고, 좋은 일들이 생기더라. 행복이라는 것이, 좋은 일이 내게 오는 걸 경험했다.
이 좋은 걸, 모든 이들과 같이 느끼고 싶었다. 노래가 그렇다. 완전 신이 나고, 가사는 '웃자'는 내용뿐이다. 웃으면 좋은 일이, 기적 같은 일이 생길 거다. 인생살이 별거 없다, 짧은 인생 먼저 가는 사람도 있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있을 때 잘하자. 바쁘다 핑계대지 말고, 돈 없다고 의기소침하지 말라는 말, 철학을 익살스럽게 담아냈다."

그렇게 웃었더니, 큰 공연장에서 전국투어를 하고 싶다는 '소원'까지 이뤘다. 임창정은 지난 5, 6월에 진행한 전국투어에 이어 올 연말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는 12월 24일과 25일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쇼 맨(SHOW MAN)'을 열고 팬들을 만나는 것.

"이번 공연은 앙코르 형태로, 앞선 콘서트의 큰 줄기를 기본으로 하되, 신곡을 부르고, 영상을 교체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내려 한다. 더 방방
뛰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5년 만에 나왔던 신곡이 이번엔 반년 만에 나왔다. 이 역시 '공연'이 큰 몫을 한다.

"공연을 하기 위해 음반을 낸다. 현역으로 뛰고 있어야 관객들도 오지 않느냐. 음반을 다시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육관에서 공연하는 게 목표였고 소원이었는데 이뤘다. '올 사람이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많은 분들이 공연장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소원을 이룬 거다. 인생이 참 재미있는 거구나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많이 좋아하지는 말자, 또 고민스러운 일이 생기면 고민을 해야 하니까. 그래도 생각하면 참 기분 좋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공연을 할 거다. 공연만으로도 재미있는 하나의 콘텐츠가 돼 임창정 공연을 브랜드화 시키는 게 또 다른 목표다. 오랫동안 노래 부르고 공연하는 사람이고 싶다."

무엇보다 공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

"지난 전국투어 당시 지방 공연에서 60대와 30대, 10대 이렇게 3대가 앉아 '소주 한 잔'을 다 따라 부르는 모습을 봤다.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먹었다. 3대를 넘어 4대로 만들어보자고.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 행복한 사람이고, 자꾸 웃었더니 좋은 일이 생기는 구나를 알려주면서, 100살까지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 늘 내 옆에서 힘이 돼 주는 의리 있는 나의 팬들과 백 살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그런."

말을 하는 그의 눈빛이 자신감에 가득 찬 것이 왠지 임창정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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