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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천서 키스…“여기서 이러면 안됩니다”
시설공단 “조례 명시 없지만 수위따라 불쾌감 조성 우려”…일부시민 “제재는 권한 남용” 지적도
#. 서울 청계천에 푸르름이 가득했던 지난 6월. 광교 인근 인적이 뜸한 곳에서 젊은 남녀 한쌍이 조심스럽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중년의 남성이 다급히 뛰어와 애정행위를 하는 남녀를 떼어냈다. 중년의 남성은 다름 아닌 청계천 시설관리요원. 이 요원은 젊은 남녀에게 “청계천에서 이러시면 안된다”면서 훈계를 했고, 두 남녀는 민망한 나머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자리를 피했다.

청계천이 도심 속 휴식처로 자리매김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하루에도 수만명의 시민들이 찾고 있다. 공공장소인 만큼 청계천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위는 제재 대상이 된다.

1일 ‘서울특별시 청계천 이용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청계천을 이용하는데 있어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생활은 존중된다. 다만 낚시ㆍ유어행위, 수영, 목욕을 포함한 이와 유사한 행위, 야영ㆍ취사행위, 흡연ㆍ음주행위, 노숙ㆍ영업행위, 폐기물 투기ㆍ방뇨행위, 동물 동반 출입 및 자전거ㆍ인라인스케이트 이용행위 등을 행정지도로 제재하고 있다.

연인들의 사랑 고백 명소인 청계천 두물다리 ‘청혼의 벽’에서 청혼이 이뤄지고 있다.

청계천을 관리ㆍ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주ㆍ야간 각각 6명씩 시설관리요원을 두고 이 같은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청계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애완동물을 데려와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민원이 종종 있다”면서 “특히 술판을 벌이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고 말했다.

애정행위의 경우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조례에는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수위’에 따라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애정행위가 다른 시민에게 피해를 준다면 시설관리요원이 판단 하에 제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많은 만큼 남녀간 스킨십은 제재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청계천과 같은 데이트 장소에서 애정표시를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 맞선다.

김모(30ㆍ여)씨는 “데이트하기 좋은 청계천에서 스킨십을 단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조례에도 없다면 제재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강모(45ㆍ여)씨는 “청계천은 모든 시민들이 이용하는 장소”라면서 “젊은 남녀의 과감한 스킨십은 보는 이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청계천에서는 지난 2011년 7월 외국인 여성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뜻밖에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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