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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대학생들 치솟는 학자금과의 전쟁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 대학 등록금 인상 역풍이 거센 가운데, 경기 불황에 따른 취업난으로 등록금을 상환하지 못해 빚더미에 앉은 대학생들이 지구촌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세계 등록금 인상 화두=호주의 경우 2005년부터 6년간 학비가 28% 올랐다. 호주의 40여개 대학은 거의 국립 대학으로 1989년까지 무료였지만 상황은 변했다. 보수연합의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대학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최대 300억달러 삭감안을 내놓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호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데 내야 하는 수업료는 현재 수만달러에서 2년 후 10만호주달러(약9600만원)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4년제 대학의 1년 학비가 지난해 사립대 평균 3만1000달러(3451만원)로 나타났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더라도 30년 전의 2.5배다. 또 공립이나 일반 사립대 졸업생의 약 60%가 빚을 안고 있고, 평균 학자금 대출은 2만7000달러(3006만원)에 달했다.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는 지난 19일 대학생들이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모여 대학 등록금 철폐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대학 지원금을 삭감하면서 지난 2012년 연간 대학 등록금 상한이 9000파운드(약 1555만원)로 당초보다 3배 올랐다.
*도쿄대학[게티이미지]

▶일본 대학생, 학자금 상환 부담 가중=아사히신문은 최근 최고 명문대학인 도쿄대 학생들의 부모 소득이 양극화된 점을 소개하면서 “빈곤 탈출을 위해 진학했지만, 비싼 등록금에 학자금 상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아사쿠라 아키히로(25)는 2009년 자신이 몸담은 기숙사 학생을 상대로 ‘빈곤과 도쿄대’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당시 도쿄대가 실시한 ‘학생생활실태조사’에서 도쿄대 학생 부모의 연수입이 950만엔(약9500만원) 이상인 경우가 과반수를 넘은 것에 놀라 빈곤층 학생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약식 조사를 벌인 것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았던 기숙사의 49명 학생 가운데 부모의 연수입이 300만엔(약3000만원) 미만인 학생은 15명으로 나타났다.

아사쿠라는 “편모 가정에서 자란 나는 선생님의 도움, 급부형(상환불필요) 장학금이 없었다면 학비부담 때문에 도쿄대에 진학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국립대학 등록금은 1975년 3만6000엔(36만원)에서 현재 53만5800엔(약530만원)으로 약 15배 상승했다.

등록금이 오르자 학자금 대출도 늘어났다. 일본학생지원기구에 따르면, 주간 4년제 대학 다니는 학생 중 장학금을 받고 있는 비율은 2012년 52.5%에 달했다. 이는 10년전보다 2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으로, 이들 중 대여형(대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90%에 달했다.

▶일본, 학자금 미상환금 역대 최고=일본의 장기침체 속에 취업이 되지 않자 지난해 학자금 미상환 금액도 역대 최고치인 957억엔(9570억원)에 달했다. 무거운 학자금 부담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교육의 평등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야기현에서 보육교사를 하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50)는 “아이들이 무사히 졸업해도 빚을 갚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며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진학을 해도 빚만 커지는 ‘포기할 수 없는 도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의 월수입은 13만8000엔(138만원)이다.

오비린대학의 야노 마사카츠 교수는 “정부는 대여형 장학금으로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빚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학 등록금은 소비세 1%분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교육 예산 확충을 촉구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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