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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449, 한국판 ‘천공의 성’, 삼성동 아이파크
한국부동산부자 해부..내로라 하는 ‘강남 비싼 집’…누가 차지했나


[특별취재팀=성연진ㆍ윤현종ㆍ김현일 기자] 10년 전 4월,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城) 라퓨타’가 한국 땅을 정식으로 밟았다. 작품에 등장한 라퓨타(영어 이름은 Lapuntu)는 한때 세계를 지배한 공중제국이다.

비슷한 시기.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언덕 위엔 천공의 성을 떠올릴 초고층 건물이 세워졌다. 바로 2004년 봄에 준공한 삼성동 아이파크다. 지상 38∼46층 3개동, 건물높이만 최고 155m에 달했다. 자연고도를 감안하면 하늘의 성에 비길 만했다. 서울에서 한강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집이란 별명도 그냥 붙은 게 아니다. 

삼성동 아이파크를 ‘공중제국’이라 할 만한 이유가 그뿐일까. 넓이도 남다르다. 2001년 분양 당시 공급면적은 183∼350㎡(구 55~105평형) 정도였다. 단지 내부는 정원으로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건폐율(대지 면적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9% 정도로 축구장 4배가량 되는 녹지가 조성돼 있어서다. 보안도 완벽하다. 이 집과 아무 관련없는 비(非)거주자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지난해 11월 헬기 추락사고 때가 사실상 유일하다.

집값도 당연히 높다. 많은 이들이 삼성동 아이파크보단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더 비쌀 것이라 알고 있는 것과 반대다. 삼성동 아이파크의 2007년 당시 매매가격은 3.3㎡당 9646만원이었다. 2006년 주택 실거래가 신고제를 도입한 이후 2008년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집으로 기록됐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이 단지 가격도 꺾였지만 전국 최고가 아파트 ‘이름값’은 그대로다. 2010년 3.3㎡당 매매가격도 6007만원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2012년에도 이곳 3.3㎡당 시세는 6029만원, 전국 최고가를 찍었다. 이 기록은 올해도 진행 중이다. 자연스럽게 타워팰리스로 대변되던 국내 최고급 아파트의 명성은 이제 아이파크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이곳에 사는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졌다. 기업 오너와 유명 연예인 등 간헐적으로 입소문으로 전해질 뿐 제대로 알려진 적은 없었다.

그럼 이곳 주인은 어떤 사람들일까. 헤럴드경제 특별취재팀은 삼성동 아이파크 전체 449가구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했다. 언론사로는 처음이다. 조사 결과, 개인 이름을 올린 441가구 소유자의 평균 출생연도는 1953년생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 출생자가 165가구로 가장 많았고 40년대 출생자(130가구)가 다음이었다. 이어 60년대생(78가구)ㆍ30년대생(30가구)ㆍ70년대생(27가구) 순이었다. 80년대생 소유주도 8가구로 확인됐다.

이 중 현재 경매 진행 중인 물건을 뺀 440가구 주인들은 평균 2003년 9월부터 아이파크에 둥지를 틀었다. 입주시점(2004년 5월)보다 빠르다. 분양권을 매입해 초창기부터 들어온 터줏대감이란 의미다. 이들의 집값(시세) 총액은 분양 당시 2787억원에서 10년 새 1조3686억원으로 4.9배(390%) 뛰었다. 440가구가 1조899억원의 차익을 보고 있다. 가구당 25억원에 육박한다.

대물림하는 가구도 눈에 띈다. 상속 또는 증여를 통해 이 단지에 입성한 29가구가 그들이다. 이 중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기업인, 변호사, 교수, 언론인 등은 12가구다.

땅부자도 포함돼 있다. 본지가 파악한 강남구 청담ㆍ삼성동 소재 ㎡당 공시지가 1000만원 이상 토지 또는 전국 ㎡당 공시가 5000만원 이상 초고가 땅주인 중 17명이 삼성동 아이파크에 살고 있다. 이 중 7명은 등기부 상 소유자다. 10명은 단순 거주자로 확인됐다.


저명인 소유자도 상당하다. 이름이 알려진 인물 147명 중 전ㆍ현직 기업인이 64명으로 제일 많았다. 기업 오너 및 오너 일가가 18명으로 뒤를 이었다. 판ㆍ검사 등을 거친 변호사 12명> 대학교수 10명> 의사 및 약사 10명> 전ㆍ현직 금융인 9명> 현직 국회의원 및 공직 관련자 8명>유명연예인 5명 등의 순이었다. 현직 검사와 언론인들, 그리고 교회 담임목사도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명실상부 최고 자리(?)에 오른 이들이 가장 비싼 천상지옥(天上之屋)을 거머쥐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반인들이 삼성동 아이파크를 보는 시선도 단순히 가장 비싼 아파트를 넘어서는 부러움과 곱지 않은 시선이 함께 포함돼 있다. 나도 한 번쯤은 입성할 수 있다는 ‘선망의 대상’ 혹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귀족 단지’로. 향후 한국판 천공의 성이 어떤 운명을 짊어질 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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