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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실명제‘신사임당 실종사건’
29일부터 차명계좌 금지 등 강화
은행 예금량 감소…골드바 판매 급증
자산가, 고액권 현금화 최고 인기
7~9월 5만원권 환수율 10%대 추락
일부은행 하루 지급량 제한 등 ‘백태’



오는 29일 강화된 금융실명제 시행을 앞두고 부자들이 바빠졌다. 차명계좌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들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탓에 부자들은 ‘안전지대’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일부는 현금화하고 금(金)으로 바꿔 금고에 넣는가 하면 비과세상품에 뭉칫돈을 묻어두기도 한다. 세(稅)테크가 그들의 핵심 재테크가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전문가들은 입법 취지와 달리 ‘지하경제로 도피’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금에서 개인 금고 속으로=자산가들은 금융실명제 강화에 대비해 차명계좌에서 뭉칫돈을 빼내 개인 금고로 옮기고 있다. 5만원 등 고액권으로 현금화하는 게 인기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10억원 이상 돈을 맡긴 고액 예금자의 예금 총액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고액 예금자의 예금 총액이 10월말 현재 7조원으로 6개월 전의 7조6000억원에 비해 6000억원이나 줄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4조7000억원에서 4조2000억여원으로 감소했으며, 신한은행도 1000억원 이상 줄어 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은 4월말까지 꾸준히 예금이 유입되다가 5월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폭 감소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5만원권 뿐 아니라 금고에 넣기 좋고 세금도 피할 수 있는 골드바나 실버바의 인기도 상한가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당 5000만원 가량인 골드바 판매량이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132㎏로 증가했다. 실버바 역시 지난 4월 470㎏에서 지난달에는 980㎏로 거래량이 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종합과세를 피하고자 비과세 보험을 찾는 자산가들도 많다. 삼성ㆍ한화ㆍ교보 ‘빅3’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이 지난 8월 2651억원에서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 등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5만원권 없나요=5만원권 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난 2012년 61.7%에 이르던 한국은행의 5만원권 환수율은 올해 1~9월 24.4%로 뚝 떨어졌다. 한은 금고에서 나와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1000장이라면 244장만 돌아왔다는 말이다.

특히 지난 7~9월 발행된 5만원권 4조9400억원 중 9800억원만 돌아와 환수율이 19.9%에 그쳤다. 5만원권이 발행된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대 환수율을 기록했다.

5만원권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일부 은행은 5만원권 하루 지급량을 제한했다. 최근 C저축은행은 지점마다 ‘5만원권 지급 제한’ 안내문을 붙였다. 점포에 비축해 둔 5만원권 물량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저축은행은 한 시중은행과 주거래 계약을 맺고 5만원권을 받고 있는데, 하루 공급량이 최근 2000만원으로 제한됐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은 “금융자산이 5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은 지난해부터 금융실명제 대비를 시작했지만, 금융자산이 10억원 내외이거나 일반인들은 아직 준비를 못해 최근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생계형 차명거래에 대한 문의도 많아 세무사와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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