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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포럼] 대놓고 돈 얘기하면 ‘하수’
금융사, 컬러·서체 등 디자인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금융과 디자인’

언뜻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금융업은 돈을 매개체로 이뤄진 산업이라 실제 현금보다 계좌상 숫자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무형(無形)의 산업에 가깝다. 때문에 금융업에서 디자인의 위치가 미미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디자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금융산업에 깊숙이 침투해있다. 각 금융사들은 돈을 말하는 대신 디자인을 활용한 이미지를 내세움으로써 자사와의 거래를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디자인의 기본인 색깔을 활용한다. 각 사는 고유 컬러를 갖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컬러는 파란색이다. 신뢰감과 투명성을 주기 때문이다. 신한(진파랑)과 우리은행(연파랑)이 이 색을 브랜드 컬러로 사용한다. 기업, 외환은행도 파랑색 계열의 컬러를 CI(기업이미지)에 쓰고 있다. 하나은행은 녹색이다. 다른 은행과 차별화하는 동시에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국민은행은 금색이다. 부(富)를 연상케 하는 색상으로 밝고 역동적인 이미지까지 노릴 수 있다.


서체(書體)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특히 비대면채널인 전자금융이 부상하면서 금융사들은 디지털 유저 인터페이스(UI)의 종착지인 독자 서체를 개발했다. 금융사의 독자 서체 개발은 지난 2007년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보편화하기 시작해 신한카드가 ‘신한세빛체’를 개발했다. 은행권에선 하나금융그룹이 그룹 전체 임직원이 업무에서도 사용 가능한 전용서체를 최초로 개발한 이후 농협이 가독성 높은 한글 웹서체 제공 독자 서체를 개발했다. 현대카드는 일찌감치 지난 2003년에 ‘유앤아이’ 서체를 개발해 현대카드M에 적용했다.

카드업계에선 플레이트 디자인 경쟁이 치열하다. 플레이트의 가장자리 모양, 색깔 등 카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 만들기에 열중해왔다. 최근엔 카드 소재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카드는 최근 ‘가나다’ 체크카드를 출시하면서 업계 최초로 카드 플레이트에 친환경 나무 소재를 사용했다. 현대카드는 구리 합금 신소재인 코팔(Coppal) 소재를 플레이트에 적용한 카드를 출시했다. 신한카드도 지난 5월 ‘이지 픽(Easy Pick)’, ‘퀵 리드(Quick Read)’ 방식을 플레이트에 도입했다. 하나SK카드도 초우량고객용 카드에 플레이트 옆면을 비스듬히 깎고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는 시변각 잉크를 사용했다.

국내 전체 금융사 중 디자인 경영의 최일선에 선 회사는 현대카드다. 우리나라 미래 운명은 ‘디자인’에 달렸다는 게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소신이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만의 특별한 디자인을 근간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실험을 쏟아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이마트와 함께 출시한 주방용품 오이스터, 기아자동차와 협업한 마이택시, 와인코리아와 함께 출시한 ‘잇와인’〈사진〉 등이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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