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는 올해 초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신혼 초부터 남편과 주말부부를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곧 현실로 닥칠 육아 문제도 신경 쓰였다.
종합병원 간호사는 주야 3교대로 돌아가고 주말이라고 해서 딱히 쉴 수 없는 직업.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막상 일을 그만둔다니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결혼 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중요했다.
몇 달 후 정 씨는 한국남동발전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찾은 것이다. 정 씨는 현재 남동발전에서 의무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보건교육을 하고 건강검진의 사전ㆍ사후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정 씨는 이제 결혼과 직장 생활, 그리고 곧 태어날 아이의 육아를 별 무리 없이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다음달 출산 예정인데, 육아휴직도 편하게 신청할 계획이다.
“종합병원에 계속 다녔다면 결혼은 물론 가정, 육아, 직장 일 모두 힘들었을 거예요. 그 때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지만 팀원들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에 편하게 쓸 수 없었어요. 서로 눈치를 봐야 했고 임신도 가급적 겹치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요즘 그녀의 오전 시간은 여유롭다. 가사일을 끝내고 진주시청에서 진행하는 강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술과 요리를 배우고 있다. 정 씨는 “크지 않은 돈을 내고 1주일에 2번 정도 가서 미술, 요리 등을 배운다”며 “삶의 질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루 4시간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정 씨의 급여는 과거 종합병원 간호사 시절 때보다 반 이상 깎였다. 정 씨는 “종합병원에서 주야 3교대로 근무할 때보다 급여는 줄었지만 행복감은 2배 이상 커졌다”고 말했다.
정 씨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장점에 대해 다시 강조했다.
“한 명의 일자리를 둘이 나누기는 했지만 복지나 각종 혜택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사내 교육도 똑같이 시켜주고요. 풀타임 직원들과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큰 불만은 없어요. 어려움이 없는 한 60세 정년까지 시간선택제로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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