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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던롭피닉스토너먼트, 광고판 하나 없이 40년 흥행 역사 쓴 비결은?
[헤럴드경제(미야자키)=조범자 기자해마다 11월이면 일본 골프팬들의 시선은 규슈 남단 작은 도시 미야자키로 쏠린다. 미야자키 공항부터 시 전체가 기분좋은 술렁임에 들썩인다. 축제의 중심지는 피닉스 골프장(파71·7027야드)이다. 세계 톱랭커들의 호쾌한 샷과 갤러리들의 박수 소리, 한켠에선 지역 주민들이 마련한 잔치로 흥겨움이 넘친다. 바로 올해 41회를 맞이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의 모습이다. 20일 개막돼 나흘간의 열전에 돌입한 이 대회는 ‘아시아의 마스터스’로 불리며 일본 골프의 자부심이 됐다.

▶최상의 코스·최고의 선수·지역주민의 합작품=1974년 스포츠용품업체 던롭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마스터스 같은 세계적인 대회를 만들어 보자”며 이 대회를 창설했다. 올해까지 41년간 일본 미야자키현 피닉스 골프장, 오직 한 곳에서만 열렸다. 짧지 않은 기간,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던롭은 한 해도 대회를 거르지 않았다. 마스터스처럼 골프장 어디에도 광고판 하나 없다. 상업성을 배제하겠다는 주최 측의 깐깐한 자존심이다. 스폰서들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후원하며 대회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는 데 일조한다. 조직위는 “40년 간 대회를 지탱한 힘은 철저한 코스 관리”라고 한다. 대회가 열리는 11월에는 잔디가 시들기 쉽다. 때문에 9월 말쯤 겨울 잔디인 퍼레니얼 라이그래스를 덧심어 싱그러운 푸른빛을 유지하도록 한다. PGA 투어 초청선수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최고의 코스 상태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초청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원년 우승자는 PGA 투어에서만 25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 조니 밀러였다. 톰 왓슨(1980, 1997년), 어니 엘스(1993년), 타이거 우즈(2004, 2005년), 이언 폴터(2007년) 등 내로라 하는 세계적 스타들이 이 코스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선수들의 명품샷에 2만명의 갤러리들은 휴대폰 벨소리, 카메라 셔터 소음 하나 없는 성숙한 매너로 화답한다.

대회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또다른 주인공이다. 올해는 68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대회 운영에 뛰어들었다. 경기가 열리지 않는 페어웨이에 장터를 열어 지역 특산품과 먹거리, 골프용품 등을 팔며 축제 분위기를 띄운다. 코스 곳곳에 설치된 매점은 부담없는 가격과 친환경 관리로 갤러리들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된다. 최상의 코스와 최고의 선수, 그리고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지역민들이 대회의 권위를 해마다 높이고 있다. 

사진=던롭 피닉스 토너먼트 조직위원회 제공

▶‘최다언더파 히어로’ 허인회 vs 점보 오자키=이 대회 총상금은 2억엔(약 18억 8000만원), 우승상금은 4000만엔(약 3억 7000만원)에 달한다. 일본 투어 ‘빅5’에 꼽히는 규모. 지난 40년 간 한국은 단 한 명의 챔피언도 배출하지 못했다.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은 지난해 김형성(34·현대자동차)이 거둔 준우승이었다. 올해는 어느해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다. 한국 선수들은 올시즌 4개 대회 우승컵을 휩쓰는 등 일본 골프에 ‘코리안태풍’을 몰고 다녔다. 김형성은 대회 코스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올해 더 크라운스 대회 우승으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상금랭킹 7위(6000만 엔)에 올라 있다. 우승할 경우 상금랭킹 1위 오다 고메이(일본·1억2300만 엔)를 위협할 수 있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대상과 상금왕에 오른 김승혁(28)도 도전장을 냈다. 김승혁은 올해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과 JGTO 톱컵 도카이 클래식 우승으로 매서운 샷감을 뽐내고 있다. 이밖에 올해 미즈노오픈에서 무명 반란을 일으키며 우승한 장동규, 2010년 JGTO 상금왕 김경태 등도 코리안 브라더스의 자존심을 걸고 출격한다.

특히나 흥미로운 맞대결이 있다. ‘일본 골프의 전설’ 오자키 마사시(67·점보 오자키)와 허인회가 주인공. 프로 경력이나 업적으로는 비교가 안되지만, 허인회는 올해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오자키가 갖고 있던 JGTO 최다 언더파(26언더파) 기록을 2타나 줄인 것. 10월 도신 토너먼트에서다. 28언더파 260타를 몰아치며 일본 투어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자신이 꺾은 일본 골프 영웅을 맞닥뜨리는 셈이다. 하지만 오자키는 이름만으로도 눈부시다. 이 대회 원년부터 올해까지 41년간 한 해도 쉬지 않고 ‘개근’했다. 1994~1966년엔 대회 3연패도 달성했다. 특히 1996년 우승 땐 프로통산 100승의 대기록도 함께 썼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일본 간판스타 마츠야마 히데키와 이시카와 료의 국내 맞대결도 관심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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