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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모ㆍ럭비가 유리? 신종격투기대회 ‘간류섬’
-스모, 유도, 전통무술 선수도 해볼만한 새 격투기대회 일본서 등장
-대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큰 이유…MMA가 이미 대세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프라이드FC, 판크라스 등을 통해 현재의 종합격투기의 번성에 공헌한 일본 격투기계가 엉뚱한 발상의 신종 격투기대회를 만들었다. 룰을 출전선수의 특성에 맞춰 변경하는 방식을 통해 비단 투기 종목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에게 공평한 승리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모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는 장외패 룰을 적용해 링로프가 없는 캔버스에서 경기를 치러 이 밖으로 상대를 밀어내도 승리가 주어지는 조건이 붙는다. 모든 유형의 공격을 두루 익힌 본격 MMA 선수에게는 관절기와 조르기 기술은 금지되며, 그라운드에서 파운딩까지만 허용된다. 미식축구 선수들의 경우 그들의 신체적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룰을 추후 검토한다.

이런 기묘한 발상이 현실화됐다. 대회 이름도 귀익은 ‘간류지마(간류섬)’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칼잡이 미야모토 무사시와 라이벌 사사키 코지로가 결투를 벌였다는 곳이다.

몽골씨름 부흐(왼쪽)와 일본씨름 스모 선수간의 ‘이종(異種) 씨름’ 경기가 펼쳐졌던 충주세계무술축제. 상상은 상상일 뿐, 실제는 재미가 없다.

이 대회의 발족식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초기 설립 인력의 면면이 화려하다. 레슬링 및 프로레슬링 출신 중의원인 하야 히로시 실행위원장을 필두로 K-1 MAX의 아이콘이었던 마사토, 시드니올림픽 유도대표 출신 인사와 스모 선수, 럭비 일본대표 등 각 분야 스포츠에서 활약한 저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전 K-1 주최사 FEG의 대표였던 타니카와 사다하루 씨도 후방 지원을 맡기로 했다.

70, 80년대 ‘이종격투기’ 시대라면 모를까, ‘종합격투기(MMA)’가 완전정착한 현대에 이러한 형태의 격투기대회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보인다. 민완 복서를 붙들어 캔버스 밖으로 밀어내 버린 게 고작인 스모도리에게 진정한 승리의 타이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과연 그 장면이 관중들에게 재미나 감동을 줄 수나 있는 걸까.

과거의 사례를 비춰보면 매우 부정적이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이런 시도가 있었다. 충주세계무술축제에서는 씨름과 몽골씨름 부흐, 스위스씨름 쉬빙겐 등을 공통룰로 경합시킨 적도 있다. 지난 2006년엔 충주세계무술축제의 부대행사로 링아웃 제도를 도입한 ‘중원의 혼’ 대회가 열린 바 있다. 참신한 시도라는 일부 평가도 있었지만 대회의 흥행과 경기력 수준은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애초 이종격투기가 종합격투기로 진화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타 종목간 대결이란 게 상상 단계에서는 흥미롭지만, 막상 실전으로 옮기면 개차반이 되기 십상이다. 국내에서는 이후 이런 시도가 잦아들었다.

타니카와 씨는 K-1의 총책임자였던 시절 일대다수의 경기 등 특이한 형태의 경기방식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공식석상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입속에서만 맴돌고 실현으로 이어지지는 못 했다. 설령 실현됐더라도 곧바로 실패했을 게 뻔해 보인다.

이미 간류지마의 첫 대회 일정은 잡혀 있다. 내년 2월18일 도쿄 디퍼아리아케스타디움에서 실험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방송도 잡혔다. 일본 지상파 후지TV의 위성채널 CS후지에서 올해 12월28일부터 이 대회와 관련한 토론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다.

미국 UFC에게 일순간에 종합격투기 시장의 패권을 넘겨준 일본. ‘영광이여 다시 한번’을 외치며 변칙 무기를 들고 나온 일본 격투기계의 이번 시도가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 궁금해진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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