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문제:박근혜 정부의 알수 없는 경제 정책?

답: 창조경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특별시당이 11월 발간한 ‘1회 당보(黨報)’에 실린 ‘가로세로 퀴즈’ 문제 중 하나다. 당 기관지니만큼 정치적 ‘편향성’은 일정 부분 접고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문제를 풀다가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지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개별 문제의 ‘정파 과잉’은 물론 문제가 모호하거나, 낯 뜨거운 ‘아첨성 질문’까지 담겨있다.

첫 질문은 오히려 담담했다. ‘2017년 반드시 집권을 해야할 정당의 이름은?’의 답은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당원들이 보는 기관지니 ‘애교’로 봐줄 만 했다. 외려 당내에선 ‘패배주의’가 문제니 ‘당찬기상’으로도 읽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가로 퀴즈 8번은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한다는 뜻.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가 된다면 바로 그 일을 뜻하는 것이겠죠?’다. 첫 질문 문장의 정답은 어렵지 않게 ‘권선징악’이라 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가 되는 것을 ‘선을 권한다(권선)’거나 ‘악을 응징한다(징악)’라 보기는 어렵다. 사법처리를 권선으로 해석하려면 대상은 검찰이어야 하고, 징악으로 해석하려면 대상은 이 전 대통령이돼야 한다. 복잡하고 어색하다.

노골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바랐다면 차라리 ‘사필귀정’ 또는 ‘인과응보’ 등이 낫지 않았을까. 출제자가 ‘징악’에 방점을 두고 문제를 만들었으리라 추정은 되나, 의도가 너무 뚜렷해 ‘없어 보임’을 피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을 공격하다 닮은 걸까. 주어가 없는 문제도 있다. 세로 퀴즈 8번은 ‘두갈래 이상의 물줄기가 한 데 모이는 지점이라는 뜻으로 MB정부의 死대강 사업으로 양평에 있는 이곳 지역에 유기농지를 빼앗기고 쫓겨나갈 위기에 처했다가 간신히 해결됐었죠’라고 돼 있다. 문장이 길긴 한데 자세히 보면 ‘주어가 없다’. 과거 ‘BBK 논란’과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주어가 없다’ 논평에 맹폭을 퍼부은 바 있다. 욕하다 닮은 듯도 하다.

‘낯뜨거움’의 결정판은 가로 10번이다. ‘강북갑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현재 서울특별시당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의 이름을 묻는 질문이다. 정답은 ‘오영식’인데, 시당 위원장을 향한 ‘구애’가 절절하다. 당보엔 오 위원장 인터뷰도 크게 실렸다.

문제점은 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은 현재 공동위원장 체제(오영식-이계안)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당보 첫 머리엔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오영식’이라 표기돼 있다. 공동위원장이지만 단독 위원장인 것처럼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것이다.

재밌자고 만든 가로세로퀴즈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에 투입되는 세금인 보조금과 당원들의 당비가 눈에 밟힌다. 그리고 이 코너는 ‘팝콘정치’다. 재밌자고 썼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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