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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포스트잇 총리”…伊 구원투수 렌치마저 지쳤나
10년 경기침체 맞서 패기 등판…실업률 상승속 청년실업 43%나
개혁작업 속도 못내는 고충 토로…노동법 개정 논란에 달걀세례도



이탈리아의 최연소 총리 마테오 렌치(39)가 ‘포스트잇’ 총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렌치 총리는 이달 북부 브레시아 지방에서 열린 한 기업인 회의에 참석해 “나는 포스트잇 같다. 내 일은 이탈리아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년 묵은 이탈리아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할 일이 많은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지만 그만큼 개혁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고충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0년 묵은 경기침체 현실=지난 2월 30대의 젊고 패기 넘치는 렌치 총리의 취임은 ‘쇠약해져 가는’ 이탈리아 경제의 구원투수 등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지금 이탈리아 경제는 회생은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렌치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이탈리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하는 등 경제개혁에 강공 드라이브를 내걸었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빠져나와 노동법 등 대대적 개혁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시키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복병은 렌치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졌다. 이탈리아 최대 석유기업 ENI의 러시아 개발계획 등이 서방의 대러 제재로 틀어지면서 수출중심 이탈리아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렌치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4% 하락으로 다시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이는 이탈리아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업률도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이탈리아 실업률은 8월보다 0.1% 포인트 상승한 12.6%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324만명에 달했고, 청년실업은 42.9%로 살인적인 수준이었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탈리아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3%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에 재정적자를 GDP대비 3%이내로 유지하지 못할 것을 경고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의 적자를 GDP대비 0.3% 줄이는 추가조치를 약속했다.

렌치 정부는 EU집행위원회에 내년도 예산안에서 감세를 위한 기금 33억유로를 삭감하는 등 총 45 유로의 재정적자를 축소하겠다고 밝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 것이다.

워싱턴 소재 애틀랜틱카운슬의 해외사업ㆍ경제부문 이사 안드레아 몬타니노는 FT에 “렌치는 이탈리아에 전에 없던 역동성을 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경제지표는 그것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조 달걀 세례 vs 재계 지원사격=이탈리아의 암울한 경제전망으로 렌치 총리의 지지율도 급락했다. 취임 당시 70%였던 지지율은 최근 54%로 하락했다. FT는 “50%대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축에 속하지만 가시적인 경제회복 없이는 추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렌치 정부 출범이후 경제가 나아졌다”고 믿는 응답자는 16%인 반면, “더 안좋아졌다”는 응답은 25%로 능가했다.

입소스의 루카 코모오는 “이탈리아 국민은 렌치에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가을 들어 전폭적인 지지는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국민은 경제가 조금이라도 살아나길 기대했지만 전망은 악화되고 가계경제는 여전히 어려워 렌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렌치 총리에 대한 실망은 노동자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렌치 총리가 기업이 손쉽게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자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두차례 렌치 총리에 계란을 투척했다. 



렌치 총리는 자신이 추진하는 노동법 개정이 이탈리아 경제를 다시 부흥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지만, 렌치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무역노조는 기업들이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탈리아 재계도 동요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경제인연합인 ‘콘핀더스트리아’의 지오르지오 스퀸치 회장은 “렌치는 그동안 이탈리아 경제를 침체시켰던 해묵은 규제와 문화를 혁신해야 하는 큰 짐을 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어려운 작업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FT는 “재계의 지원은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며 “이미 인내력은 바닥나고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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