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만해도 11명에 달하던 금융권 수장의 모피아 수가 4명 안팎으로 쪼그라들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모피아의 대부격인 강만수(행시 8회. 이하 행시기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년초 산업은행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모피아 시대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작년 3월 연임이 예상됐던 윤용로(21회) 전 외환은행장도 자리에서 물러나 야인이 됐고, 그 자리를 내부 출신인 김한조 행장이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에 김용환(23회) 수출입은행장도 퇴임하고 민간 출신의 이덕훈씨가 이어받았다.
올들어서는 전산기 교체 문제로 촉발된 내분사태로 임영록(20회) 전 KB금융 회장이 조기 사퇴한 것이 모피아에겐 ‘치명타’였다. 내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이 새 KB호(號)를 이끌고 있다.
모피아가 독식하다시피 했던 5대 금융협회장 자리도 민간 출신이 잠식하고 있다. 문재우 전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이후 1년여 동안 공석이던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를 지난 8월 장남식 회장이 채웠다. LIG손해보험 경영관리총괄 사장을 지낸 장 회장의 취임으로 12년 만에 민간 출신의 손보협회장이 탄생했다. 역대론 세번째 민간 출신 손보협회장이다.
박병원(17회) 은행연합회장은 현직에 있는 모피아의 ‘맏형’격으로 이달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박 회장의 후임으로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과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이 부상한 상태다. 두 사람 모두 ‘정통 뱅커’ 출신으로 말단 은행원에서 행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번에 순수 민간 회장이 탄생한다면 이상철 전 국민은행장, 신동혁 전 씨티은행장에 이어 역대 세번째가 된다. 연합회는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한다.
은행연합회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 민ㆍ관을 두루 경험한 후보가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관료 출신인 윤용로 전 외환행장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의 이름도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차기 생명보험협회장도 업계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고영선 교보생명 부회장,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 신은철 전 한화생명 부회장, 신용길 전 교보생명 사장 등 생보사 ‘빅 3’ 출신의 전ㆍ현직 CEO 4명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르면 이달 말 9개 이사사(社)로 구성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만들어져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차기 협회장을 선출한다. 김규복(15회) 현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이에 따라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모피아 출신은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을 비롯해 이원태 수협은행장, 김근수 여신협회장,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 정도다.
일각에선 모피아 출신 인사들의 강점을 균형있게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무추진력과 돌파력, 국익 차원에서 일을 한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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