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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슈] ‘스티브 잡스처럼…’, 재기에 성공한 쫓겨난 창업자들
[특별취재팀=민상식 기자]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창업자가 쫓겨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이들은 불명예스럽게 자신의 회사를 떠났지만 또 다른 회사를 설립해 재기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고(故) 스티브 잡스(1955~2011년)도 1985년 애플에서 퇴출당한 적이 있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존 스컬리와 이사회 도중 회사 경영 방향 등에 대해 다툰 이후 자신이 설립한 애플을 떠나야 했다. 스컬리 CEO는 잡스가 펩시코에서 직접 영입한 인물이었다. 잡스는 이후 1997년 임시 CEO로 애플로 복귀한 후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 ‘3총사’를 앞세워 애플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 후 재기에 나선 창업자를 살펴봤다.

앤드루 메이슨(34) 그루폰 창업자

소셜커머스업체 그루폰(Groupon)의 창업자인 앤드루 메이슨(Andrew Masonㆍ34)은 지난해 2월 부진한 실적의 책임을 지고 CEO에서 물러났다. 경쟁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메이슨은 자신의 경영 방식을 둘러싸고 이사회와 갈등을 빚어왔다.

메이슨은 2008년 그루폰을 창업하면서 전 세계에 소셜커머스 바람을 일으켰다. 소셜커머스는 서비스 제공업체와 계약을 맺고 쿠폰을 판매하는 데 발생하는 수수료를 챙겨 수익을 얻는다. 그루폰의 이름은 ‘그룹’과 ‘쿠폰’을 합성한 것이다.

메이슨은 해고 당시 “CEO로서 4년 반 동안 강렬하고 멋진 시간을 보냈다. 나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니, 농담이다. 사실 나는 오늘 짤렸다”라는 메모를 직원들에게 남겨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퇴임 이후 지난해 7월 ‘하들리 워킹(Hardly Workin’ㆍ일을 거의 안해)’이라는 제목의 7곡이 수록된 ‘업무 의욕을 고취시키는 음악 앨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메이슨은 최근 음성안내 여행가이드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설립해 재기에 나섰다. 메이슨이 개발한 ‘디투어(Detour)’는 사용자가 특정 지역에 들어서면 위치를 인식해, 그 지역 특징과 주변의 둘러볼 만한 곳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앱이다. 디투어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길안내로도 쓰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레바논에서 성장한 메이슨은 시카고 소재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뒤 음반 제작업체 일렉트리컬 오디오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 메이슨의 개인 자산은 그루폰 CEO 퇴임 직전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했지만 현재 2억3000만 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데이비드 닐먼(55) 제트블루 창업자

미국의 대표적 저가 항공사인 제트블루(JetBlue)의 창립자 데이비드 닐먼(David Neelemanㆍ55)은 제트블루 CEO직에서 2007년 5월 퇴출됐다. 2007년 2월 미 동부 지역 폭설 당시 부실한 현장 대처에 따른 인사였다. 당시 폭설사태로 제트블루는 22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제트블루는 1999년 저가 항공시장을 겨냥해 닐먼이 설립한 항공사이다. 닐먼은 창업 초기부터 철저하게 저가 정책을 펼쳐 제트블루를 미국 항공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닐먼은 제트블루 이전에도 저가 항공시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미국 유타 대학을 자퇴한 닐먼은 1984년 유타에서 저가 항공사인 모리스에어를 공동 창업했다. 1993년 모리스에어는 사우스웨스트항공에 합병됐다. 이후 1996년에는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저가항공사 웨스트젯항공을 설립하기도 했다.

닐먼은 제트블루에서 해고된 뒤 이듬해인 2008년 자기가 태어난 브라질에서 아줄(Azul)브라질리언항공을 창립해 재기에 성공했다. 아줄은 포르투갈어로 블루를 뜻한다.

제리 양(46) 야후 공동창업자

1990년대 닷컴시대를 대표하는 1세대 인터넷기업 야후(Yahoo)의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Jerry Yang ㆍ46)은 2012년 야후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며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듯 떠났다.

제리 양은 스탠퍼드대 대학원 재학시절인 1995년 데이비드 필로와 함께 야후를 창업했으며, 이후 인터넷 초기시절 가장 성공한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2007년 6월부터 야후 CEO를 역임했는데,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450억달러 인수 제안을 거부하며 주주들의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2009년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제리 양은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기록된 알리바바의 성공적 상장과 함께 화려한 복귀를 했다. 제리 양은 올해 초 알리바바 이사회에 합류했다. 제리 양은 2005~2012년 알리바바 이사를 역임했고, 야후 퇴진 이후 중국 PC업체 레노버 이사진에 참여하는 등 중국 IT업계에서 멘토로 활약해왔다.

제리 양은 1968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났다. 중국식 이름은 양즈위안(楊致遠)이다. 2세 때 아버지가 폐병으로 사망한 뒤 10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했다. 제리 양의 현재 개인 자산은 22억 달러에 이른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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