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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국회선진화법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혁신의 차원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교섭단체연설 中)

“‘12월 2일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출발선부터 국회선진화법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 현안브리핑 中)

최근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하는 방식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우선 국회선진화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는 새누리당이 158석을 보유하고도 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 없도록 제한된 조항이 연관돼 있다. 국회법 85조의 2에는 “법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하려고 할 경우 재적의원(상임위 경우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된다”고 나오는데 현재 새누리당 의석 비율은 7일 기준 52.67%에 불과하다. 60% 이상의 조건에 못 미치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정기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이길동기자.gdlee@heraldcorp.com

여기에 ▷천재지변의 경우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심사 기능을 정할 수 있어 그동안 사용됐던 의장 직권상정이 매우 엄격해졌다.

이 때문에 과거 의장 직권상정에 따른 국회 폭력사태가 나타나지 않아 ‘동물국회’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따르지만, 법안 처리 동력이 크게 떨어져 정작 국회가 장기간 표류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수정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청와대로부터 연일 경제활성화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부탁을 받는 여당 입장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이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를 청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예산안 처리 시점에 돌입하자 국회선진화법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상반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국회법 85조의 3에는 “위원회는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과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의 심사를 매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나온다.

또 이 기한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그 다음 날에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고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조항을 근거로 야당에 기한 내에 예산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산 원안에 야당의 감액 혹은 증액 입김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법안처리, 예산안 자동상정 관련 사항은 2012년 여당 중심으로 지금의 국회선진화법에 모두 포함된 사항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필요에 따라 법을 달리 해석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이에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활용법이 ‘감탄고토(甘呑苦吐)’와 같다는 지적이다. 즉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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