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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합하면 조 단위”… 의원회관은 ‘예산 앓이 中’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다 합하면 조 단위죠”, “방에 사람들이 가득차 복도로 넘칩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 선정된 국회의원들의 의원회관 방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떼’를 지어 드나든다. 연말 ‘예산 국회’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올들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특위 여야 간사들이 “쪽지 예산은 없다”고 밝히면서 되레 의원 방에 드나드는 인사들이 더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지난 5일 예산안조정소위에 소속된 한 야당 의원의 방엔 모두 20여개 팀, 50여명이 찾아 들었다. 소속은 각기 달랐지만, 풍경은 유사했다. 한 손엔 ‘설명자료’, 다른 손엔 ‘간식꺼리’를 쮜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한 비서관은 “오늘 들어온 민원 예산을 다 합하면 1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여야 예산안조정소위 위원 수가 15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날 회관으로 들어온 민원성 예산안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민원 요구의 핵심은 책정된 예산은 ‘깎지 말아달라’는 것이고, 책정되지 않은 예산은 ‘넣거나 높여달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검토 단계에서 잘려져 나간 예산을 복구하려는 지자체와 정부, 산하기관들의 예산을 향한 ‘몸부림’인 셈이다.

민원 주체에 따라 ‘노련함’과 ‘어수룩함’이 대비되는 양상도 보인다. 수년간 의원회관을 드나들며 갈고 닦은 노하우는 정부 관계자들이 앞선다.

예컨대, 정부측 인사들은 과거 상임위 회의 속기록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예산책정 및 집행권한의 부처 수장이 상임위 회의에서 특정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중입니다’라는 답변을 한 경우 이를 근거로 예산안조정소위 의원들에게 “이 예산은 포함하기로 된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입법 청탁’과 유사한 ‘질의 청탁’ 정도로 평가된다.

‘질의 청탁’은 소위 ‘쪽지 예산’과는 구분된다. 예산안의 마지막 단계인 ‘증액 심사’ 때 드나드는 예산이 ‘쪽지 예산’이라 한다면, ‘질의 청탁’은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준비돼 올라가는 예산이다. 여야 예결위 간사가 ‘쪽지 예산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 되레 올해 유난히 많은 민원 청탁이 회관으로 흘러드는 원인이다.

반면 지자체의 예산 민원은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가 대다수라는 것이 회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보좌관은 “그냥 맨땅에 헤딩하러 온다. 예산을 내주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느데 그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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