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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채 금리 못지 않은 가족간 대출이자율, 개정 시급
왕현정 현대증권 세무전문위원


급전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돈이 필요하면 어디에 먼저 도움을 요청하게 될까?

당연히 가족이 1순위다. 번거로운 절차 없이 즉각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빌린 돈 안 갚는 경우도 있고, 가족이니까 빌려준 걸 안 받는 경우도 있다. 전자와 후자는 그 내용이 비슷한 것 같지만 법적 성질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을 건넨 사람의 의지다.

세법은 돈 빌려준 건 맞는데 반환받을 의지가 없다면 그 행위를 채권채무관계가 아닌 증여관계로 보기 마련이다. 즉 자금이 무상으로 이전된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반드시 돈을 돌려받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증여가 아니다. 이 경우는 채권채무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세법은 순순히 채권채무관계를 인정하고 끝나지는 않는다. 빌려준 원금에 대한 이자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은 빌려준 원금은 넘어가더라도 이자는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 1년 이내 1억원 이상의 대출 발생 시 적정 이자를 주고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으로부터의 차입인 경우 세법상 적정이자율은 연 8.5%이다.

개인간 대부이자율은 세법 상 기획재정부령으로 고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2010년 11월 5일이 마지막이었다. 그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25~2.5% 수준이었다. 무려 4배에 가까운 이율을 책정해 무상 또는 저리 대출이자를 규제한 것이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기조인데도 기획재정부령 고시는 한 번도 인하한 적이 없다.

상황이 이러니 손쉽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가족간 차용은 세법상 문제가 된다. 원금에 대한 증여세 혹은 이자소득세, 아니면 이자소득에 대한 증여세를 걱정해야 한다. 물론 재산 좀 있는 사람들이 실질적 증여를 차용관계로 둔갑시켜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은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나친 금리로 실질 차용관계마저도 규제해 과세수단으로 삼는 건 지나치다.

특히 세법상 적정이자율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더 이상 가족간, 즉 특수관계자 간 차용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3년에 타인간 차용관계까지 확대토록 세법이 개정되면서 개인간 차용 시 법정이자율은 8.5%로 책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에 의거 타인간 금전대차에 있어 거래의 관행 상 정당한 사유 없이 1억원 이상의 금전을 무상 또는 저리로 이자수수 하는 경우 8.5%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8.5%로 이자를 달라는 건 안 빌려주겠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그렇게 받은 이자에서 27.5%는 이자소득세로 내야 하고 2000만원이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한다. 8.5%로 이자를 받을 수도 없고, 그 이자를 줄 수도 없는 채권자와 채무자는 결국 그 차용의 기회, 각종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손쉽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세법 때문에 날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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