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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90% 돌파
5년여만에…작년엔 78.5%불과
다세대·연립주택도 수직상승세
“전세난 심화로 과열 양상 지속”


4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경매3계.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남가좌2차 전용면적 84.81㎡형이 경매에 나왔다. 감정가 4억2000만원인 이 아파트는 한차례 유찰돼 3억36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시작됐다. 요즘 인기 있는 중소형인데다 입찰 최저가가 싸다고 평가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무려 37명이나 응찰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4억5510만원에 입찰한 A씨가 주인이 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8.36%까지 뛰었다.

경매시장에서 서울 주택의 인기가 무섭게 뛰고 있다.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물론 다세대 연립도 나오기만 수십명씩 응찰해 감정가 이상에 팔리고 있다.

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90.4%를 기록, 2009년9월(90.7%) 이후 5년1개월 만에 처음으로 90%를 돌파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 평균 낙찰가율은 78.5%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 1월 80%를 넘더니 매월 지속적으로 치솟아 마침내 90% 고지에 올라섰다. 

다세대·연립 주택의 낙찰가율도 수직 상승세다. 지난 10월 서울 다세대·연립의 평균 낙찰가율은 80%로 집계됐다, 2011년10월(83.28%)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80%대로 올라선 것이다. 다세대·연립은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고, 매매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져 평균 60~70%대의 낮은 수준의 평균 낙찰가율을 유지해 왔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서울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아파트는 80%대, 다세대·연립은 70%대 수준이면 활기를 띠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지금은 지나치게 과열된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중소형 아파트는 인기는 높지만, 중대형이나 주상복합 아파트의 선호도는 다소 떨어진다. 따라서 아파트 전체 평균 낙찰가율이 90%를 넘었다는 것은 이들 주상복합이나 중대형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실제로 요즘은 중대형이나 주상복합 아파트도 고가 낙찰이 흔하게 발견된다. 

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경매에 붙여진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1단지 전용 116㎡형은 중대형 크기의 주상복합 아파트였음에도 감정가(11억8000만원)의 93.6%인 9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21일 경매가 진행된 서초구 잠원도 한양아파트 156㎡형은 감정가(14억4000만원)보다 높은 16억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무려 111.1%나 됐다.

다세대·연립의 낙찰가율 상승세는 최근 너무 높은 중소형 아파트 낙찰가율 때문에 부담을 느낀 주택수요자들이 대체 주거시설로 시선을 돌리면서 수요가 늘어나는데 따른 것이다. 다세대·연립은 뉴타운 재개발 호재로 한때 호기를 누리기도 했으나 대부분 사업이 무산되면서 폭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원룸 임대용이나, 전세난에 허덕이는 실수요자들의 거주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중이다.

다세대·연립 가운데도 수십명씩 응찰하거나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고가 낙찰이 잇따른다.

지난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양천구 신정동 다세대주택 제일에비앙 전용 24.8㎡형의 경매에는 22명이 응찰해 감정가(2억1000만원)의 92%인 1억9379만원에 낙찰됐다. 비슷한 시기 같은 법원에서 진행된 마곡동 연립주택 신안빌라 71.1㎡형은 12명이 몰려 감정가(3억2000만원)보다 높은 3억2812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대거 경매시장에 몰리면서 최근 과열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면서 “전세난이 심화하면 경매시장에서 아파트든 다세대 연립이든 중소형 주택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은현 소장은 “부동산시장에서 비수기가 시작되는 11월부터는 경매시장도 응찰자가 줄어들고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현재 경매시장이 너무 과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보다는 내년 1월까지는 정체되거나 소폭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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