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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아날로그 정서의 힘
‘1박 2일 시즌3’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사람냄새 나는 아이템 시너지 효과
시즌3 국민 예능 유감없이 발휘
‘전원일기편’ 지역민 능동적 참여 눈길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은 시즌1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시즌2에서는 현상유지-지지부진-침체 과정을 걷다가, 지난해 12월 유호진 PD가 들어오면서 멤버도 교체한 시즌3에서는 국민예능의 저력이 살아나고 있다. 

멤버 김종민은 “시즌1의 빛이 너무 강해 시즌2는 누가 와도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지만, 전성기를 누리고 난후 침체에 빠진 콘텐츠를 완전히 살려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210번 가량의 국내 여행을 다녀와 지역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건 어려웠다. 

하지만 시즌3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남녀노소 시청 가능 콘텐츠로서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몇가지가 있겠지만 ‘1박2일’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지역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임을 알 수 있다.

유호진 PD는 “지역과 소재의 고갈을 컨셉트나 상황으로 바꿔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을 보여주더라도 변주와 디테일을 통해 보편성을 뽑아내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아이템이 전북 김제 신덕마을에서 이뤄진 전원일기편이었다. 여섯 멤버들이 할머니들과 함께 일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시골 할머니의 정과 인심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차태현이 할머니 집에 개집을 만들어주고, 멤버들이 할머니에게 스마트폰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할머니들이 “먹을 게 없다”고 하면서도 멤버뿐만 아니라 VJ 등 스태프까지 챙기며 반찬 가득한 상을 차려주고, 복불복에 져 야외 텐트에서 자는 멤버를 위해 계속 이불을 넣어주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시청자라면 누구나 이 모습에서 따뜻함과 훈훈함을 느꼈을 것이다. 

KBS‘ 1박2일’은 따뜻한 정과 훈훈한 인심이 묻어나는 소박한 시골 정서와 결합할 때 시너지가 나온다. 사진은 요즘 방송되고 있는 전북 김제 신덕마을의‘ 전원일기특집’에서 마을 할머니들과 게임을 하고 있는 멤버들.

따지고 보면 ‘1박2일’은 지역의 정서와 결합했을때 폭발력을 가졌다. 이번 전원일기편도 시즌1에서 강호동과 은지원, 이수근 등이 영화 ‘마파도’의 배경이 된 섬에 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고, 농촌에 가서 딸기, 수박, 사과 등 지역 특산물을 재배 또는 수확하는 일을 도와주고, 덤으로 홍보까지 해주던 광경과 일맥상통한다. 

문화의 혜택에서 소외된 전남 진도에서 유희열, 윤종신, 윤상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어주고, 강호동이 시골장과 재래시장에 가서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도 맞닿아있는 정서다.

이는 ‘시골 할머니가 손자의 손을 잡고 시골길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에서 연상되는 소박한 정서이기도 하다. 도시민들은 이런 아날로그 정서를 갈구한다. 그래서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시골로 간다.

‘1박2일’이 이런 도시인의 건강을 회복하는 시골정서를 살려주고 있는 건 매우 중요한 의미다. 시골에 간다고 시골 정서가 나오는 게 아니라, 지역과 지역민과 어우러질때 훈훈한 시골 정서를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지역민들의 삶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전원일기편은 지역민들이 ‘1박2일’이라는 여행 버라이어티속에서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1박2일’이 지역민을 띄우는 역할을 했다. 

김준호와 짝을 이룬 배말례 할머니는 뛰어난 예능감을 발휘하며 웃음을 선사했고, 데프콘으로부터 “세이 호”를 배운 이용림 할머니는 수시로 랩을 해 시청자를 웃겼다. 막내 정준영은 봉임 할머니집 도배를 해주고, 스마트폰 작동법을 가르쳐줄 때는 진짜 그 집의 귀여운 손자 같았다.

김종민은 “그 분들은 카메라를 조금도 의식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최고의 경지인 것 같다. 그리고 할머니들은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하고, 위트로 녹여내시기까지 하니~,”라고 감탄을 늘어놓았다.

멤버들이 ‘실물 끝말 잇기’로 복불복을 하는 바람에 마을의 다양한 살림살이가 쏟아졌고, ‘집사람’, ‘남편’, ‘터프가이’ 등에서는 재치 넘치는 주민들의 임기능변식 출연이 이어져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팔씨름 3연승을 거둔 오정숙 주부가 걸레를 맨손으로 짜면서 힘이 생겼다는 말도 재밌었다. 시청자들은 단순히 그림(배경)으로서의 시골사람들이 아닌, 뭔가 주체가 되는 지역민을 볼 수 있었다.

‘1박2일’은 시즌3에서 쩔친특집, 서울 시간여행편, 선생님 특집, 금연일지 여행, 조업여행, 아픈 역사의 현장까지 돌아본 군산자유기행 등 기획력이 돋보인 아이템들을 자주 선보였지만 시골의 따뜻하고 소박한 정과 훈훈한 인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사람 냄새 나는 아이템들이 가장 큰 시너지가 나온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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