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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풍선이 뭐길래?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얇은 고무주머니 안에 공기나 수소 가스를 넣어 공중으로 뜨게 만든 물건. 풍선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경찰 눈에는 풍선이 ‘초경량비행장치’로도 보이고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도 간주되는 모양이다.

풍선 날리기를 두고 경찰이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제지할 근거가 없다면서도 풍선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이 담겼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28일에도 풍선을 두고 실랑이가 있었다.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가 이날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도 조사하라는 내용을 적은 투명 막대풍선 안에 노란 풍선을 넣어 날리려하자 경찰이 가로막았다. “막대 풍선을 도심에서 날리는 것은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이 단체 회원들은 풍선을 날리려다 경찰에 제지를 당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청와대 반경 3.7㎞는 비행금지구역으로, 국군 수도방위사령부 허가를 받아야 비행물체를 날릴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수방사에 따르면 풍선은 비행물체가 아니며 특별히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안도 아니다. 경찰의 논리는 무지에서 비롯됐거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보수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민간 단체들이 풍선을 날리는 것을 저지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지난 25일 파주에 경찰력을 배치했지만 이는 보수단체와 주민들의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대북 전단에 자극받은 북한이 살포지역에 고사총을 발사하는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어 경찰의 직무유기란 지적도 나온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 사변,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경찰에겐 정부를 비판하는 전단을 담은 풍선이 북한의 고사총 발사 위협보다 무겁고 위태로워 보이는 걸까. 과연 어떤 풍선 날리기 행사를 막아야 할 지 경찰 수뇌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중잣대는 누가 제거해야 할까.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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