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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러운’ 저신용자
국내 17개은행 주택담보대출 들여다보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도
저신용자는 0.04%P 인하 시늉
고신용자 0.14%P 낮춘 것과 대조
수협 1.10%P 금리격차 최대



최근 단행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는 저신용자들에겐 남의 일이다. 기준금리 인하의 혜택이 거의 돌아가지 않기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이자부담이 커 저신용자에게 금리인하가 더 절실함에도 은행들은 고신용자 위주로만 금리를 내리고선 평균 대출금리가 떨어졌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 이에 저신용자들은 제2금융권 대출로 내몰리게 돼 다시 신용등급에 타격을 입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28일 전국은행연합회가 고시한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국내 17개 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10년 만기 이상)의 신용등급별 금리현황을 보면 10월 현재 전체 평균치가 3.53%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 직전인 지난 7월의 3.66%보다 0.13%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신용등급별로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고신용자에 속하는 1~3등급의 대출금리는 3.60%에서 3.46%로 0.14%포인트 인하된 반면 저신용자에 포함되는 7~10등급의 금리는 3.80%에서 3.76%로 0.04%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고신용자 인하폭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은행들이 고신용자에겐 ‘금리 특혜’를 제공했지만,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신용자에겐 금리를 내리는 ‘시늉’만 한 셈이다. 이로써 1~3등급과 7~10등급 간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7월 0.2%포인트에서 10월엔 0.3%포인트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10월 현재 17개 은행 중 등급간 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수협은행이다. 1~3등급(3.69%)과 7~10등급(4.79%)의 격차가 무려 1.10%포인트나 된다. 기업은행과 한국SC은행도 등급별 편차가 각각 0.45%포인트, 0.43%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같은 금리 차별은 저신용자들의 설 곳을 점차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이자가 늘면 채무상환시기도 늦춰져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대출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결국 제2금융권 대출과 사채 시장으로 저신용자들을 내모는 결과로 이어지게된다.

실제 올 들어 고금리의 저축은행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조3619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3.6%(3278억원) 늘었다. 이에 한은은 저축은행들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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