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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풍구 안전점검 배제…애초부터 불량건축물”
전문가 진단
서규석 한국구조기술사회 회장
“부구조체 비전문가 확인 관행” 지적


“구조안전확인 사각지대가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고 근본원인이다.”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환풍구 추락 사고 당시 안전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는 가운데, 건축계에서는 환풍구가 시공 당시부터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불량건축물’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규석 한국구조기술사회 회장은 2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건축물에 부속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구조안전 확인이 터무니없이 허술하게 이뤄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8일 현장 조사를 진행한 서 회장은 “건축물에 부속된 환풍구라도 반드시 구조안전을 확인해 설계 및 시공이 진행돼야 하는데 이번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의 경우 전문가의 구조확인이 배제된 채 시공이 이뤄졌다”고 했다.

서 회장에 따르면, 이번에 붕괴된 환풍구의 경우 철제 상판을 지지하는 하부 보가 터무니없이 작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올라가선 안되는 덮개라 하더라도 건축물이라면 일정한 정도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지만, 이 환풍구는 애초에 순식간에 올라온 사람들의 무게를 견딜 정도의 강성을 갖지 못했던 것. 서 회장은 “이번 사고의 경우 많은 사람들은 환풍구 앞쪽 턱에 걸터앉았고, 뒤 쪽에 사람들이 서 있어 완전히 꽉 채웠던 게 아니었다”며 “청소를 하기 위해 환풍구에 올라갈 수도 있고, 그 위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여러가지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했다면 이 정도 무게는 견딜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접근이 불가능한 지붕에 적용되는 최소한의 하중을 고려해 설계되고 적절히 시공됐다면 25명 정도가 올라갔다 해도 급격한 붕괴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천정, 창문, 인테리어 등 경미한 부분이 설계도에 담겨있지 않다면 시공자, 감리자가 전문가를 통해 안전을 확인하고 시공해야 하는데 현장소장이나 감리단장이 이런 시공을 판단하고 승인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전문가의 구조확인이 배제되는 국내 건축 관행을 지적했다.

그는 “환풍구 등은 건축물의 주요구조체가 아닌 부구조체로 분류돼 관행적으로 전문가의 구조확인이 배제된 상태에서 구조안전 확인 주체가 현장 인부 등 비전문가에게 맡겨진다”며 “이런 관행이 이어지면 부구조체인 환풍구 덮개, 매달린천정, 마감외장재 탈락 등으로 인한 인명사고 및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또 “싱가포르의 경우 건축의 모든 단계마다 구조기술사가 확인을 해야 한다”며 “해외의 제도처럼 건축물의 설계 뿐 아니라 시공, 감리과정에 위험요소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엔지니어를 참여시켜 설계 및 시공을 확인하도록 법제화하는 근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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