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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남자 김성회‘알부남’<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인생 2막
군인에서 교수, 국회의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변신 또 변신…그의 열정·도전정신의 원동력은?
쩌렁쩌렁 사무실을 울릴 듯한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린다. 이내 성큼성큼 덩치 큰 이가 다가와서는 솥뚜껑 같은 손을 쑥 내민다.

“김성회입니다. 반가워요”

한국지역난방공사 김성회(58) 사장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눈빛에서 행동에 이르기까지 에너지가 넘친다.

육사(36기) 출신인 그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군 출신의 정치인인데다 타고난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처음 접한 직원들에게 부담주기 십상이다.

취임 후 10개월 동안 김 사장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직원들과의 소통이었다. 교감을 하지 못하면 성과가 없다는게 그의 철학이다. 불쑥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잔잔한 일상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짬날 때마다 직원들과 함께 식사 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꼼꼼히 챙겨주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직원들은 긴장을 풀게 됐고, 점차 인간적인 면에 마음을 열게됐다.이제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알부남’이라고 불린다.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의미다. 무뚝뚝한 상남자 스타일의 그가 어떻게 알부남으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인생이란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양보와 배려, 상생하며 살기에도 짧은 시간”이라는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오늘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변신 또 변신=그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 나누는 대화의 주제중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군대’ 얘기다. 육사시절부터 전방부대 근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수행원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까지 그의 군 얘기 보따리는 끝도 없다.

가장 지루한 게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던가? 하지만 김 사장에게는 다르다. 특히 김 사장의 군 얘기에는 빠지지 않고 ‘소통’이라는 주제가 포함돼 있다. 일례로 육사 생도시절 럭비부 주장으로 뛰면서 그는 열정과 투지, 협동 정신을 배웠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군생활, 의정활동, 교수생활 그리고 현재 지역난방공사를 경영하면서도 학창 시절 럭비를 통해 배운 소통의 정신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럭비는 14명의 선수가 트라이를 성공시키려는 1명을 위해 희생하는 경기다. 서로서로 합심해야만 되는 운동이 럭비다. 자연스럽게 희생과 소통의 정신이 몸에 배여든다.

임관후 참된 군인을 목표로 했던 그는 대령때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당연히 별을 달아 장군이 되려는 꿈을 꿨던 그였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방황을 했다.

서울고, 육사를 거치면서 젊은 시절 그는 엘리트 의식이 강했다. 친분을 쌓는데 사람을 많이 가렸던것도 그때문이다. 그러던 중 모 군단 작전과장으로 일할 때 전북 임실의 ‘상이암’이라는 암자에서 동효스님을 만난다. 그날 이후 김 사장의 인생 멘토가 된 분이다.

동효스님은 당시 김 사장에게 “사람은 하나하나가 소우주이며,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하나하나 똑같이 소중하고 귀하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면서 살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계곡이 깊을수록 물이 많이 모인다. 자신을 낮출수록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을 높여주고, 사랑해주며, 칭찬해주면 그 공덕이 쌓여 자기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것이 삶의 시소의 원리다”라는 깨달음을 줬다.

뒤통수를 한방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이후 60주 동안 한 주도 빼놓지 않고 상이암을 찾아 명상을 했고, 스님의 가르침에서 끝난 게 아니라 몸소 실천했다. 만나는 사람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뜻 깊은 인연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는 건 그때 체득한 교훈이다.

“당시 저는 뭔가 일을 시켰을 때 제대로 못하면 무시하곤 했어요. 그런데 상이암에서 명상을 하고 나서 그런 부분이 완전히 고쳐졌지요”

엘리트 의식을 버리니 뭔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오히려 세상이 좋아 보이고, 집착하지 않게 돼 행복해졌고, 인생이 훨씬 재미있어 졌어요”

그는 지금도 1년에 몇 차례 동효스님을 찾아뵙는다.

그는 50살이 다 돼 박사학위 취득을 결심한다. 달라진 인생관과 만학의 노력이 그에게 국회의원과 지역난방공사 사장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준 것은 아닐까.


▶하루 30분의 반신욕…기도 또 기도=그는 아무리 바빠도 아침 30분 반신욕을 거르지 않는다. 건강을 챙기려는 목적도 있지만, 반신욕을 하면서 매일 조상님과 가족, 친지와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사람 모두를 위한 기도라고 한다.

그는 스스로 만든 조어(造語)로 ‘9000촌’이라는 표현을 했다. 4촌, 8촌을 뛰어넘어 자신이 아는 지인들의 9000촌(寸)까지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남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이 편해지고 항상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그는 반신욕을 하며 빠른 말로 마치 염불을 하듯 아침마다 기도하는 일상의 모습을 실제 보여줬다. 눈을 지긋이 감고,자신이 만났던 여러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들과 그의 주변사람 모두를 위해 성심껏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도 진지했다.

▶“진정성을 갖고 난방공사 사장 소임 다할 것”=그는 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1분 1초를 아껴 각종 현안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김 사장 특유의 장점은 솔직함이다. 그는 모르는 부분은 임직원들에게 “솔직히 잘 모르니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외부의 협조와 설득이 필요할 때면 본인이 직접 나서 약속을 잡고,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

“지난 10개월간 아래로는 구청에서 위로는 청와대까지, 사무관에서 장ㆍ차관 부총리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기꺼이 찾아갔고, 주말에도 그쪽만 좋다면 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금은 소위 김성회식(式) 스피드 경영으로 자리잡았다.

지역난방공사 내부에서도 이런 소통 방식이 주효했다. 지역난방공사가 방만기관으로 지정된 후 지난 6월말 대형 공기업으로는 최초로 노사가 방만경영 개선에 전격 타결했다.

평소 직원들을 직접 찾아가 결재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사장이 직접 서면으로 접수하기도 했다. 전국의 지사를 방문해 방만한 복지를 조금 양보해 달라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조기 타결시의 이점을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한 것들도 주효했다. 결국 7월에 그는 200개 공기업 기관장이 모인 자리에서 최초로 노사합의 타결을 이룬 대형 공기업 기관장으로서 합의과정과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 고진감래 그 자체다.

▶“어제 보단 오늘이, 오늘 보단 내일이 좋아져야”=그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한다. 버릴 건 빨리 버리고, 얽매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매일 매일 좋아져야 한다는 말도 함께 했다.

외모만 보면 승부욕이 강할 것 같지만, 그의 골프 스코어는 싱글과 백돌이를 오간다. 핸디캡이 5~30인 셈이다.

어떻게 골프 실력이 그럴 수 있느냐지만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골프는 즐기려고 하지, 이기려고 하지 않아요”며 “골프에서 이기고 인생에서 지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지요” 바둑도 마찬가지다. 그에겐 이기거나 지지 않는 그저 즐기는 취미인 셈이다.

▶내 인생의 ‘이모작’=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국회의원까지 했으니 다시 국회의원으로 도전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김 사장은 말을 아꼈다. 어찌됐건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좋아질 것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다만 그는 군인에서 박사과정 학생으로, 또 교수로, 국회의원으로, 공기업 사장으로 자신의 인생이 여러번 바뀌었으니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 알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자신의 인생철학을 소개한다.

“인생이란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양보와 배려, 상생하며 살기에도 짧아요.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낙관적으로 이 순간을 소중하고 감사히 여길 줄 알아야 해요”

애매한 서양식 문답일 수 있지만 그가 매사에 긍정적으로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꿈꾼다는 점은 인터뷰중 어느대목이든 배여나온다. 이런 그에게 인생 이모작은 별 의미없는 질문이다. 게다가 지금 그이 온 관심은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조국’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어차피 군인도, 국회의원도, 공기업 사장도 조국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군에서 잔뼈가 굵어온 때문일까. 애국심은 그의 삶 자체인 것만 같이 느껴진다.

“앞으로 어느 자리에서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할 생각입니다. 그게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구요”

짧고 간결한 그의 장래계획엔 힘과 열정이 담겨있다.

김성회가 걸어온 길

▷1956년 경기도 화성 출생
▷서울고, 육군사관학교(36기) 졸업
▷육군대령 전역
▷ 연세대, 경남대 대학원 행정ㆍ정치학 석ㆍ박사
▷ 18대 국회의원(경기도 화성시 갑/새누리당)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및 지식경제위원회 위원
▷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대표최고위원 특보
▷새누리당 인권위우언회 위원
▷경기도당 남부당협본부장
▷아주대 초빙교수 겸 수원대 석좌교수
▷한국BBS중앙연맹 고문
▷연세대 행정대학원 총동창회 회장
▷한국집단에너지협회 회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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