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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국감 통해 본 ‘세계 10대 강군’의 민낯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국정감사장에 눈이 부실만큼 많은 ‘별’들이 떴다. 국방부와 합참, 각 군 본부와 사령부 등 대한민국 영토와 자유민주주의을 수호하는 군의 수뇌부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하지만 그 ‘별’들은 빛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의 날선 질타에 “죄송하다” “시정하겠다” “몰랐다”를 연발할 뿐이었다.

이번 국감에서 우리 군은 부끄러운 맨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 민간정치외교군사학사이트 GFP(Global Fire Power)에서 선정한 종합군사력 9위의 군사강국이라는 화장기를 걷어낸 우리 군의 모습은 부끄럽기만 했다. 핵무기 같은 비대칭전력을 제외한 평가이긴 하지만 이 랭킹에서 35위를 기록한 북한과 만약 전쟁을 벌인다면 승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적에 맞서 들고 나갈 무기의 부실한 관리와 당초 계획에 못 미치는 성능 등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오른 탓이다.

적의 주요시설을 타격하고 공중전을 제압해야 할 주력 전투기인 F-15K는 부품 돌려막기가 4년간 528회나 걸쳐 자행된 것으로 드러나 전시 출격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4100대나 되는 북한의 ‘탱크러시’를 막아야 할 대전차무기는 99%가 노후화돼 지상전에서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질책을 받았다. 영해를 지켜야할 KDX-1급 구축함은 20년전에나 쓰던 성능의 컴퓨터가 장착돼 한달에 한번꼴로 시스템이 다운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전시예비탄약은 비축량이 크게 부족해 길어야 보름, 짧게는 사흘만에 동이 날 지경이라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기도 했다.

한 해 35조원의 국방예산을 쓰는 군의 이런 실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숱하게 언론에 공개된 ‘군피아’와 방산비리의 결과가 이렇게 되돌아 온 것이 아니냐는 원성이 높다. 이번 국감에서 밝혀진 문제점들은 군사기밀이란 베일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오고간 이권과 청탁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12척의 전선을 이끌고 전장에 나섰던 충무공처럼 군에게 오로지 충성심과 상무정신만으로 적과 싸우라고 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군이 요구하는 대로 첨단 무기체계와 신무기를 아낌없이 도입할 수 있을만큼 국방예산을 배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국방예산이 누군가의 허튼 배를 불리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군의 전력강화에 쓰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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