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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준금리 ‘징검다리 인하’ 의미는…정책실패 부담 컸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한국은행이 15일 한달 걸러 기준금리를 내리는 ‘징검다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 주재로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종전 2.25%에서 0.25%포인트 내린 2.00%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010년 6월 이후 4년 4개월만에 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장률 4년연속 ‘4% 벽’ 못 넘어=두달만에 이뤄진 기준금리 인하는 그만큼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커졌음을 방증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의 속도에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발빠르게 보조를 맞춰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상황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0.5%에 그쳤다. 2012년 3분기(0.4%) 이후 7개 분기 만에 최저치다. 연간 성장률도 2010년 이후로 4년 연속 4%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8월 전체 산업생산은 석 달 만에 감소세(전월대비 -0.6%)로 전환됐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8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반등했으나 아직 세월호 사고 이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한은의 중기물가안정목표(2.5~3.5%)의 하단을 4년 연속 밑돌 가능성이 커져,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 압력에 저항할 근거가 약해졌다.


▶‘초이노믹스’와 경기부양 시너지 기대=또 이날 인하는 선제적인 정책대응 차원에선 석달 이상의 간격을 두기보다는 연속적인 금리 인하가 더욱 효과적이란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정책의 모멘텀을 살릴 수 있다고 금통위가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과거 모형분석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때 성장률이 0.05∼0.10%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최근 지속되는 엔화 약세 현상에도 어느정도 대응 여력을 키워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까지 급상승했고, 향후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 1%대 시대?=이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0%로 떨어진 상황에서 1%대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테일러 준칙(1993년 제시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분석할 결과, 지난 2분기 기준 1.76%로 추산했다. 테일러 준칙이란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시한 통화정책 운용 원칙으로, 실물 경기상황과 물가상승 압력을 고려해 경제상황에 맞는 적정한 금리 수준을 산출한다.

연구원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기준금리가 적정금리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누증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부터 적정 수준보다 높게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누증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장기 동결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책금리는 내년 말까지 2.00%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정부는 言하고…한은은 行한다?=이런 가운데 한은의 독립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은이 정부의 금리 인하 요구를 두달 만에 재차 받아준 셈이다.

이를 인식한 이주열 총재는 그동안 경제성장에 있어 통화정책 한계론, 선(先) 구조개혁론을 주창하며 정부와의 거리 두기에 나서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준금리는 추가 인하됐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이 총재 발언은 인하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은으로서도 독립성 고수를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정책실패의 유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는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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