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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버스표지판 멋대로 옮기는 주민 골머리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중국 허난(河南)성에 있는 인구 3000명의 작은 마을 ‘샤오줘’ 주민들은 지난 7월 30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인근 마을 ‘게당’과의 경계선에 위치한 84번 버스 정류소 안내표지판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버스 표지판은 원래 위치에서 서쪽으로 2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은 게당 마을의 주민들로 밝혀졌다. 마을 내 버스 정류소가 없어 불편함을 겪던 주민 3명이 합심해 표지판을 옮겨온 것이다. 샤오줘 주민들의 항의에도 이들은 게당에도 버스가 서야한다며 표지판을 돌려놓지 않겠다고 버텼다.

게다가 버스회사도 수주 동안 원래 정류소 자리에 표지판을 세우지 않아 주민들의 혼란만 가중됐다. 버스 운전기사들이 새 표지판이 들어선 곳에 서지 않고 원래의 정류소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새 버스표지판만 믿고 서있다가 버스를 놓친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이곳은 원래 버스표지판이 세워져있던 곳이지만, 주민들이 멋대로 옮겨버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료=WSJ]

이처럼 중국에서 버스 표지판을 임의대로 옮기는 일이 자주 발생해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아시아판으로 전했다.

특히 도시에 비해 버스가 적게 다니는 시골 지역에서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안후이(安徽)성에서는 버스 표지판을 자기가 사는 아파트 입구 근처로 가져오기 위해 원래 자리에서 400m 옮기는 일이 있었으며, 최근 산둥(山東)성에선 버스 표지판을 집 근처로 빼온 노인들이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또 지난해 저장(浙江)성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버스 표지판을 마구잡이로 세워 버스 회사가 자제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버스 표지판 문제가 84번 버스 사건으로 불거지자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이러한 행위는 대중교통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일부 승객들이 버스 정류소를 찾지 못해 탑승할 수 없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버스 회사들은 사실상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84번 버스를 모는 한 운전기사는 “주민들이 표지판을 이동시키는 걸 막기 어렵다”면서 “밤낮으로 내내 감시하지 않는 한 표지판을 옮기는 걸 어떻게 막겠느냐”고 토로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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