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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 스펙트럼, 그 무한의 영역
Design First, Reset Your Life! 디자인으로 삶을 재설계한다
인도 골목길 화장실 혁명이끈 안데르 빌헬손의 일회용 봉투 변기 피푸,
日 건축가 반 시게루 지진피해자 위한 종이주택·대피소…꽃 키우고 문명 미스터리 푸는
게임 개발 中 출신 게임프로그래머 제노바 첸의 창조적 파괴…
이제 디자인은 자동차·패션에서 금융·식품에 까지 생활속으로 스며들어

스웨덴 출신의 건축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안데르 빌헬손은 몇 년 전 주거지 연구차 학생들과 인도 뭄바이의 좁은 골목길을 누비다 현지에서 필요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화장실’임을 깨달았다. 부족한 화장실은 현지 주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였고, 질병 및 사회문제의 원인 중 하나였다. 화장실 증축 및 하수 처리 시설 개선이 필요했지만 엄청난 비용이 드는 대규모 공사는 불가능했다.

빌헬손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친환경 일회용 변기, ‘피푸’(peepoo)라는 이름의, 10g도 채 되지 않는 길쭉한 봉투를 만들었다. 봉투 속 요소분말이 배설물의 병균을 제거할 뿐 아니라 봉투 자체도 분해하는 기능을 갖춘 것이다. 3센트에 팔리는 이 봉투는 현재 하루 50만개가 생산되고 있으며, 제조사측은 앞으로 26억명이 이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는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종이를 재료로 한 주택과 대피소를 지었다. 그는 르완다의 난민들, 쓰촨성 지진피해자 등을 위해 재생 종이 튜브, 종이섬유·플라스틱 합성물 등으로 보호소를 지어왔다. 부르기나 파소 출신의 건축가 프랜시스 케레는 주민과 일하며, 현지의 재료를 이용해 고국 땅에 ‘오페라 마을’을 지었다. 디자인은 삶의 문제를 해결했고,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었으며,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 갔다.

건축뿐 아니다. 디자인과 기술, 프로그래밍의 경계는 사실상 폐기됐다. 중국출신의 게임 프로그래머이자 디자이너인 제노바 첸은 전투하는 게임이 아닌 꽃을 키우고, 미생물을 진화시키며, 온라인상의 협력자들과 문명의 미스터리를 푸는 게임을 개발해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놀이 디자이너’ 케이티 샐런은 교육 현장에서 배움과 놀이를 결합시키는 시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MIT대학에서 컴퓨터과학과 디자인 컴퓨테이션을 전공한 스카일라 티비츠는 환경에 따라 구조가 바뀌는, 즉 ‘스스로 변신가능한 물질’인 프로그래밍 매터를 개발했다. 


이제 아무도 디자인을 단순히 ‘멋진 포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기술’과 ‘과학’을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이며, ‘삶’이자 ‘스토리텔링’이고, 자연과 인간의 대화이자 상호작용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디자인축제로 자리매김한 ‘헤럴드디자인포럼2014’는 ‘디자인 스펙트럼, 그 무한의 영역’을 주제로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강연과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일상과 공공의 영역으로 무한히 확장하는 디자인의 가치, 자연과 도시의 생명을 부활시키는 것으로서의 디자인의 기능, 생태ㆍ친환경ㆍ유기식품과 결합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무한확장하는 디자인은 도시 및 공공 건축, IT와 자동차 등 산업, 패션, 식품, 아트토이, 금융, 교육 등의 부문들 아우른다. 그 끝에는 만인의 삶과 공공의 시공간을 바꾸는 ‘창조경제’가 있다. 


MIT의 컴퓨터 공학도이자 교수였다가 돌연 일본의 예술디자인 대학을 거쳐 미술작가가 되고, 세계 최고의 예술대학으로 꼽히는 미국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 총장이 된 존 마에다는 “나는 예술과 디자인이 과학과 기술이 이전 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21세기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26일 개막해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닷새간 계속되는 ‘헤럴드디자인포럼 2014’와 여기에 참여하는 렘 콜하스(Rem Koolhaas, 하버드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를 위시한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들의 목소리는 그 생생한 증거가 될 것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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