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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행 · 협박없는 성희롱도 형사처벌 해야”
쌤앤파커스 사태 등 계기 주장 나와…과태료 등 솜방망이 처벌 근절을


2011년 4월 입사해 17개월 동안 수습사원으로 일하고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던 A 씨. 그에게 회사 상무는 최종 면담 성격의 술자리를 요구한 뒤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려가 옷을 벗으라고 요구하고 입을 맞췄다. A 씨는 사직 후 상무를 고소했으나 해당 상무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른바 쌤앤파커스 사태다.

군대라고 해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최근 수도권 모 부대의 B 사단장은 지난 8월과 9월 5차례에 걸쳐 여군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앞서 이 부대의 대대장 C 소령도 부대 내에서 부하 여성 장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일삼으며 성희롱한 혐의로 지난 6월 보직 해임됐다.

이처럼 직장이든 군대든 상하관계를 악용한 성범죄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가운데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성희롱 행위는 형사 처벌이 어려운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여겨졌던 성희롱 행위도 성폭력과 같이 심각성을 인정해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수창 부산지검 검사는 최근 공개된 논문인 ‘성희롱 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규제’를 통해 위력이나 폭행ㆍ협박 등을 가하지 않은 성희롱의 경우에는 과태료나 손해배상 정도의 법적 제재에 그쳐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발간한 ‘성희롱 진정 사건 백서’를 보면 전체 성희롱 중 직장 상사가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하급자에게 행한 성희롱이 61.1%를 차지했다. 인권위가 성희롱으로 인정해 권고한 사건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직장 내 상하관계에서 이뤄지는 성희롱은 72%를 차지해 그 비율이 더 높았다.

이에 이 검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내에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법을 신설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성폭법 10조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검사는 이 중 ‘위계 또는 위력’이라는 조건이 성립하지 않아도 불필요하게 이성의 신체를 접촉하거나 만지는 행위,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행위, 성적인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등 11가지 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법정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법원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7월 서울고법은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일삼는 것은 특히 악질적인 것으로 봐 엄히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원은 고용이 불안정한 파견업체 계약직 여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상사에게 내려진 해고 처분은 정당하다며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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