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년 후 40% 이상이 폐업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최근 주변의 지인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를 차렸다는 소식을 적잖이 듣고 있습니다. 안정된 월급을 포기하고 창업에 뛰어든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과감하게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창업 2년차에 접어든 한 선배의 고민을 듣게 됐습니다. 주말과 휴일 다 반납하고 자기 시간 없이 사업에만 매달리다보니몸과 마음이 지친다는 겁니다. 장사가 어느 정도 돼 매출은 나쁘지 않은데 초기 자본금 확보 차원에서 동업 형태로 창업하다보니 수익이 갈려 수중에 돌아오는 돈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선배는 슬슬 사업을 접어야 할 시점을 고려 중이라고 했습니다.
취업이 안 되거나 취업이 되더라도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경기 불황과 각종 불확실성에 1년을 못 버티고 폐업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종의 창업의 두 얼굴입니다. 이 같은 모습은 최근 발표된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대비 5만7000명 증가했습니다. 지난 2012년 9월이후 1년11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입니다. 한 때 너도나도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경기부진 등이 겹치면서 2013년 1월 이후 매월 급감을 하고, 2014년에도 1월 8000명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월마다 급감추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 반전된 기록입니다.
특히 8월 증가한 자영업자 가운데 68%에 해당하는 3만9000명이 34세 이하로 집계됐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 이후 자영업으로 들어서며 증가세를 주도하던 기존의 양상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젊은 사장님들의 진입이 대폭 늘어난 것입니다.
청년층의 취업난을 반영하는 동시에 대기업, 공기업 등 선호하는 일자리 구멍이 좁아지자 그 대안으로 자영업을 선택한 것으로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앞날에 우려되는 대목도 있습니다. 최근 국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통계청의 ‘2012년 기업생멸행정통계(개인사업자와 법인 모두 포함)’을 보니 숙박ㆍ음식점업, 도ㆍ소매업, 출판ㆍ영상ㆍ정보업, 부동산ㆍ임대업, 사업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예술ㆍ스포츠ㆍ여가업, 개인서비스업 등 8개 업종의 창업 1년 후 생존율은 평균 58.4%였습니다. 반대로 40% 이상은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다는 얘깁니다.
시간이 갈수록 생존율은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3년 뒤 생존율과 5년 뒤 생존율은 각각 36.4%와 26.8%에 불과했습니다. 비교적 손쉽게 창업하는 숙박ㆍ음식점업의 생존율은 1년 55.3%, 3년 28.9%, 5년 17.7%에 불과했습니다. 5년이 지나면 사실상 10개 중 8개 가게는 폐업하는 셈입니다.
부족한 일자리에 자영업으로 내몰린 창업자들에게 이처럼 저조한 생존율은 그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우리 사회 또다른 그늘입니다. 최경환 경제팀이 부족한 곳간에도 연일 쏟아내는 경기부양책이 이들에게도 한줄기 빛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killpass@heraldcorp.com
사진=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정보를 얻기 위해 박람회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