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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성장동력일까, 무모한 승부수인가…중견기업 딜레마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미래 신성장 동력일까, 무모한 승부수일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위해 승부수를 던졌던 중견기업들이 속속 실패의 쓴 잔을 들이키고 있다. 기존 핵심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위험을 무릅쓰고 변신을 시도하지만, 경기침체가 발목을 잡아 그룹 전체가 위기에 몰리고 마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연탄사업에서 시작해 석유가스 유통업으로 성장한 대성산업은 그동안 미래 동력으로 키워왔던 유통과 건설업을 걷어내고 본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서울의 롯폰기힐스’를 목표로 2011년 서울 신도림역에 세운 디큐브시티가 경기불황,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명운을 걸고 매달린 유통 및 부동산 산업이 매년 손실을 거듭해 그룹 전체를 흔들자 결국 본업인 에너지사업으로 되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대성산업 전략지원실 김정민 상무는 “석유가스유통과 해외광구 등 에너지사업은 여전히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에너지 사업을 확장해 사업 정상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습지 사업에서 출발해 정수기, 식품 사업으로 덩치를 키워온 웅진그룹도 이후 건설업과 태양광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가 실패한 경우다. 신사업을 통해 대기업으로 도약을 꾀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경기가 급랭하자 결국 외도를 접고 본업인 학습지 사업으로 돌아왔다. 동양그룹은 제조업, 유통, 금융, 화력발전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가 그룹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도시가스, 밀가루 등을 만들어온 기업들은 최근 외식사업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지만, 사업 성적표는 아직까지 신통치않다. 중견기업들의 잇딴 사업확장과 실패가 거듭되자 한껏 몸을 사리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한 중견기업도 최근 사업확장에 따른 실패를 감내하기 어렵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M&A를 시도했다가 막판에 포기했다”고 전했다.

중견기업들의 변신은 기존 제품 시장에서 입지가 강화되자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듀폰을 비롯한 해외 선도기업들이 기존 주력사업까지 과감히 포기하고 승부수를 던지듯, 기업의 대도약기를 맞아 사업 분야를 확장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독자적인 브랜드나 기술력과 같은 핵심역량을 갖추지 못해 실패하거나, 외부 환경요인에 따라 고꾸라지는 경우가 많다. 사업다각화를 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외부자금을 활용해 현금유동성 문제도 발생하곤 한다.

양금승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한 분야에서 안정되게 성장해 온 중견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위기관리능력이 약하다.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위기상황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문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도 “경쟁환경 변화가 과거와 달리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장 변화와 기술에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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