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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불신이 낳은 ‘악 쓰고 떼 쓰는’…‘법원판 블랙컨슈머’ 극성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올 4월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선고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이 공판검사의 왼쪽 뺨을 손바닥으로 때리고 법정출입문 근처에 드러누워 이를 제지하던 교도관에게 돌멩이를 던졌다. 교도관은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해 4월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는 재판진행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이 욕설과 함께 신발을 벗어 재판장에게 던지고, 마시던 플라스틱 생수병을 검사에게 던지는 일도 일어났다. 법원 청사 앞에는 판결에 불복한 1인 시위가 연일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법원 내 위험물 소지자까지 등장했다. 법원 안팎이 ‘떼법’의 무법천지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6일 대법원의 외부 용역 보고서 ‘특이심리민원인에 대한 근본적 대처방안 연구‘에 따르면 최근 2~3년 동안 사법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1인 및 단체 시위는 한 해 평균 300건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4년간 법원ㆍ법정 내 사건ㆍ사고 건 수도 200건이 넘는다.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 법원의 판결이나 법원 직원의 업무에 대해 불법 또는 부당한 방법으로 민원을 제기해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특이심리민원인’들에 의한 것이다. 사법부 내 특이심리민원인들은 민간 기업의 ‘블랙 컨슈머’와 비슷하지만 장기간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피해망상장애, 정신분열증 등 개인 성격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동일한 민원을 제기하면서 법원의 판결이나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법원의 입장에서 특이심리민원의 증가는 과다한 행정력과 예산낭비, 사법부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진다. 일반 국민들은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낮아지고 특이심리민원의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까지 부담하게 된다.

보고서는 ’처벌’ 대신 ▷ 법원 내 특이심리민원전문위원회 구성 ▷특이심리민원 전담 상담실 개설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한 정신병 치료 등을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악성민원인들을 무조건 비난할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특이민원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이 감찰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不信)’에 있다는 것이다.

김종호 호서대학교 교수는 “사법 불신 풍조가 없어지지 않는 한 법원청사 내 고성이 오가는 폭력은 수그러들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진 변호사도 “특이심리민원 중 10% 가량은 초기에 수사나 재판만 잘 했더라도 방지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했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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