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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샘플만 200여개…아무리 예뻐도 눈코입 없으면 아웃
이모티콘 개발현장 가보니…
마음 관찰·심리 탐구가 일상
감정 기획 전담하는 MD도 있어

제안→점검→실험→일정순 작업
최근 인기웹툰 작가들 참여 활발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갈대 같은 여자의 마음, 예고없이 동굴로 들어가는(자신만의 공간에 집착하는) 남자의 심리, 이것저것 해달라는 것 많은 아이, 사소한 것에도 서운한 어르신들까지. 이처럼 남녀ㆍ세대불문 감정에는 정답이 없는데도 변화무쌍한 사람들의 마음속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감성문자’를 만드는 이모티콘 개발자들이다.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이모티콘을 입맛대로 골라 쓸 수 있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해진 것도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사람들의 감정을 연구하면서부터다. 기업들은 앞다퉈 이모티콘을 개발하며 주요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하던 이모티콘은 최근 어떻게 상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을까. 이모티콘을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기업 중 하나인 다음카카오를 찾아 카카오톡에서 오가는 각종 이모티콘이 기획되고 최종 상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제안→점검→실험→일정 순으로 작업=이모티콘을 제작하기 위한 최초 과정은 제안서가 오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음카카오가 특정 이모티콘 디자이너들에게 제안을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작가들이 직접 제안해 오는 경우가 전체 제안의 80%에 달할 정도다. 연현주 톡디지털아이템 팀장은 “요즘에는 인기 웹툰 작가들이 이모티콘 제작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수히 쏟아지는 제안서는 이모티콘으로 적합한지, 상품성이 있는지 철저한 점검을 거치게 된다. 아무리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라도 감성 메시지가 부족하면 부적격이다. 연 팀장은 “여러개의 텍스트를 치는 대신 하나의 이모티콘으로 전달해야 하니 감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며 “캐릭터는 예쁜데 눈, 코, 입이 없거나 작다면 이모티콘 상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품성은 철저히 타깃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B급 코드처럼 재기발랄함이 담겼다면 20대를 겨냥한 이모티콘이다. 지난 추석 명절 판매량 1위는 수묵화 느낌의 안부인사 상품이었다. 연 팀장은 “중장년층도 이모티콘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며 “추석 이모티콘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모티콘의 메시지와 타깃이 정해졌다면 기술적 점검을 받아야 한다. 다음카카오가 작가들에게 이미지 파일을 만들 수 있는 일종의 통합제작가이드를 제공하면 작가들은 이 가이드에 따라 가안을 만들게 된다. 그럼 다음카카오는 이를 갖고 시스템 상에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한다. 특히 시중에 출시된 모든 스마트폰별로 각각 테스트를 거쳐 하드웨어와의 호환성도 체크한다.

이렇게 완성된 이모티콘은 계절적 특수성 등을 고려해 출시 일정을 잡게 된다. 지금은 한창 크리스마스와 송년ㆍ신년 상품을 준비할 때다. 

다음카카오 톡디지털아이템팀 직원들이 이모티콘 제작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다음카카오]

▶200개 감정에서 ‘멘붕’처럼 새로운 이모티콘 등장=다음카카오에서 작가들에게 제공하는 감정 샘플이란 것이 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희노애락을 담고 있는 갖가지 표현들로 200여개에 이른다. 이를 위해 감정 기획을 전담하는 MD(머천다이저, 상품기획자)도 있다.

하지만 작가별로 제공되는 샘플은 다 다르다. 작가 성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기본적으로 이모티콘 제작가이드는 24개의 감정으로 구성되는데 이를 ‘감정세트’로 부른다. 이 중 12개는 샘플에서 채워지고 나머지는 작가 자유에 맡겨진다. 때문에 샘플에 없던 감정이 대박을 치는 경우가 있다. ‘멘붕’ 이모티콘이 대표적이다.

고객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극적 사용자가 늘면서 다양한 피드백이 나온다. 연 팀장은 “고객 목소리가 접수되면 즉시 반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모티콘 제작 기간은 작가별로 다르다. 통상 한달 정도 걸리지만 시의성이 짙은 이모티콘은 10일, 긴 호흡으로 만들 경우 두달이 소요될 때도 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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