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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세계 최고 불꽃쇼와 세계 최저 시민의식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는 규모나 연출, 기술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벌써 12회를 맞아 역사성도 겸비했다. 올해도 한국, 영국, 중국, 이탈리아 등 4개국 대표팀이 11만여발의 화약을 터뜨리며 청명한 가을 밤하늘을 다채로운 불꽃으로 수놓았다. 그야말로 감동과 꿈, 희망 그 자체였다.

1시간 남짓한 감상 시간이 아쉬웠을까. 불꽃 공연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시민 의식의 민낯이 드러났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뜨는 시민들이 도로로 몰리면서 여의도 일대는 경적소리의 향연장(?)으로 바뀌었다.

본격적인 탈여의도가 시작되자 교통신호는 무시됐고, 여의도한강공원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5호선 여의나루역은 물론 주변 지하철역도 ‘줄서기’가 무의미했다. 마포대교 위에선 사람에 떠밀려 걷지 않아도 반대편까지 건너갈 정도였다. 한강 위에서는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출항한 요트가 뒤집히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민낯의 시민 의식의 압권은 여의도한강공원이었다. 인파가 어느 정도 빠져나간 한강공원의 모습은 ‘쓰레기 매립장’을 방불케했다. 발에 밟히는 건 비닐과 신문이고, 먹다 남은 치킨박스와 배달요리가 나뒹굴었다.

곳곳에 깔려 있는 대형 술판은 치울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불꽃이 100만 시민에게 전해준 감동의 메시지는 희망찼지만, 결국은 ‘쓰레기’가 됐다. “임시로 마련한 대형 쓰레기통 60여개가 그나마 도움이 된다”는 환경미화원의 말에 지난 12년간의 변함없는(?) 시민 의식을 짐작할 수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거리응원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시민 의식은 세계 언론이 조명할 정도로 모범적이었다. 그동안 모범시민이 줄어든 것일까. 아니면 사라진 것일까. 지난 6월 열린 브라질월드컵 거리응원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사회가 문명화되고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시민 의식은 높아진다는 게 상식이다. 주요 2개국(G2)로 부상한 중국만 봐도 그렇다. 얼마 전 중국에 출장 갔을 때 가이드가 해준 말이 생각난다. 중국 사람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교통신호 지키는 법을 알았고,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줄 서는 법을 알았단다. 우스갯 소리지만 남의 얘기는 아닌 것 같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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