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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여대생들의 건강한 반란…“부자? 욕하지 않아요…대신 우린 깨끗한 부자 될래요”
-대학 최초 개설된 부자학 강의, ‘좋은 부자되기 PT 경연’ 화제
-“깨끗한 부자가 꿈”…20~50대 인생계획 준비하며 깨달아
-24일 부자학연구학회-지식서비스학회 첫 세미나에도 참가

[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이런 말이 있다. ‘부자가 천당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 가는 것 보다 더 어렵다’. 부(富)를 축적하는 과정은 아무래도 거칠고, 또 부자가 됐어도 나누는데 인색한 현실을 비꼰 말이다.

이를 뒤엎으려는 이들이 있다. 연륜 있고, 경험 많은 이는 아니다. 다름아닌 여대생들이다.

지난 2일 서울여대 인문사회관 부자학 강의실. 김민경(2013학번) 학생이 강단에 섰다. PT(프리젠테이션) 제목은 ‘충복향’이다. ‘자신이 정한 꿈에 완전히 몰입해 어떠한 아픔이나 한계도 뛰어넘는 정신충만의 과정’이라는 뜻이란다. 충복향조 다른 4명도 PT에 참여했다. 소개가 우렁차다.

“우리는 ‘서바롬’(22)이라는 학생을 가상의 인물로 세웠습니다. 서바롬 아버지는 은행지점장이고, 어머니는 공인중개사입니다. 오빠는 회사원이고, 여동생은 수의사를 꿈꾸는 학생입니다. 서바롬의 인생 철학은 ‘내일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은 불행하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은 20대부터 50대까지 인생 계획을 세웠습니다. 목표는 ‘건강한 부자’입니다. 20대에는 대학입학, 중국 유학, 인테리어 회사 입사가 꿈입니다. 30대에는 결혼을 해서 비즈니스 룸을 운영할 계획이고요, 40대에는 건물 구입 및 사업투자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펫딩(PetㆍBuilding의 합성어로 애완동물을 위한 시설들이 모여있는 빌딩) 사업을 하려 합니다. 성남 금광동의 4층 건물을 약 16억원에 구입해 펫삽(애완동물을 위한 병원, 카페 등)을 직접 운영할 겁니다. 그렇게 돈을 벌 겁니다. 50대에는 사업가로서 돈보다는 봉사활동에 주력할 겁니다. 대부대모제(동물과 1:1로 매칭해 돌봐주는 봉사활동)를 통해 유기견 등에 금전적 후원 뿐만 아니라 직접 돌봐주는 활동을 할 것입니다. 결국 서바롬의 인생은 중간중간의 봉사활동과 사업,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나눔의 인생이 될 것입니다. 서바롬의 인생 목표는 그냥 부자가 아닌 건강한 부자, 깨끗한 부자, 나눔의 부자니까요.”

서울여대 학생들이 수업시간 중 부자 인생 플랜이 담긴 PT를 진행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PT의 내용 요약이다. 즉, 서바롬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세워 20대부터 50대까지의 부(富)쌓기 플랜을 구체적으로 내놓는 것이다. 부에 대한 철학을 정리한뒤, 40대까지는 펫딩 사업으로 돈을 벌고, 50대부터는 이웃과 나누겠다는 계획이 알차 보인다.

이같은 PT는 이들 뿐 아니라, 부자학 수강을 하는 다른 팀도 다른 내용으로 진행했다.

이들의 목표점은 그냥 부자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등의 원인 중 하나가 물질만능주의라는 것을 학생들은 잘 알고 있다. 김민경 씨는 “우리나라 부자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자가 돼서도 나누는데 인색하고 물질에 집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들이 추구하는 부자는 물질적 부자가 아니라, 남들과 나누고 배려할 줄 아는정신적 부자다”고 했다.

이 부자학 강의는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가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대학에 개설한 것이다. ‘나눔의 부자’ 인생 설계에 도움이 되는 이 강의는 인기를 얻으며 입소문을 탔고, 전국에서 10여군데 이상 개설했다.

한 교수는 “처음에 부자학을 가르친다고 하니까 ‘부자 앞잡이로 나섰느냐’는 등의 비아냥도 들었다”며 “하지만 바람직한 부자상을 정립하겠다는 진정성이 알려지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격려도 가끔 듣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부자학 정의를 잘 내리고, 후학들이 잘 배워 전파하면 이 사회에 정신적 부자가 많아지고, 그것이 소통의 사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들 학생은 오는 24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부자학연구학회와 한국지식서비스학회가 처음으로 진행하는 ‘부자학과 지식서비스와의 만남’ 세미나에서 PT를 진행한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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