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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박해일 "믿고보는 배우? 든든함과 부담이 공존"
국내에 박해일처럼 다양한 배역을 진짜 제 모습처럼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있을까. 배우 박해일은 2일 개봉하는 영화 '제보자'에서 제보를 받고 줄기세포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교양프로그램 윤민철 PD로 분해 관객들 앞에 나선다. 영화 속 박해일은 윤민철 그 자체로 스크린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제보자'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줄기세포 조작스캔들의 실체를 파헤치는 진실추적극으로 박해일외에도 이경영, 유연석, 박원상, 류현경 등이 출연한다. 제보자'는 실제 2006년 있었던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로 사실과 가상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최근 마포구 서교동에서 만난 박해일은 단어 하나 선택조차도 신중히 생각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과거 이슈를 영화화하는 지점이 있다보니 실제 자료들을 다시 짚어봐야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평소 그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나면 촬영 들어가기 보름 전에는 마음 속에서 접어요. 작품의 틀로 다시 전환해 대입해야 하죠. 실제 기분을 가져가게되면 혼돈이 일어날 수가 있어요. 작품 안에 틀로서 빠져드는 것이 제게는 중요했습니다."

박해일은 데뷔 후 처음으로 언론인 역할을 맡았다. 그 동안 시한부 인생을 살게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활을 든 오빠, 어머니의 집에 얹혀사는 무명 영화 감독 등 다양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던 그였기에 '제보자' 속 PD가 된 박해일의 모습을 관객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기다리고 있다.

"한 영화를 찍으면 홍보활동을 위해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오고 있습니다. 윤민철 캐릭터를 하게 된 계기의 일부도 오랜시간 동안 기자들을 만나왔기에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윤민철은 PD지만 줄기세포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생명공학이나 기초의학의 지초적인 지식을 배우고 갈 필요가 있었어요. 시나리오 맥락을 이해해야 했고, 대사들 속에 나오는 용어들의 익숙함을 미리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극중 윤민철의 특성을 또 하나 꼽자면 올곧은 인물은 아니라는 것. 너무 정의감에 쌓여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현실감의 그림자가 짙다.

"감독님이 생각하셨던 것이 언론인의 캐릭터로서 현실감있는, 집요함과 근성도 있지만 귀여운 느낌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신 것이 기억이 나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박해일은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는 임순례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결정했을만큼 임 감독을 대단히 신뢰하고 있었다. 박해일에게 다시 만난 임순례 감독은 여전히 단단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공존하고 있었다.

"연출이 배우에게서 연기를 원하는 장면을 가져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죠. 감독님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적인 캐릭터 성향들을 배우에게 건네주세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준비를 해온 해온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시죠. 프레임 안에서 해보도록 자율성을 좀 더 배려해주시는 측면이 강한 분이예요. 그러면서 배우에게 준비했던 것 이상을 해보고 싶다는 동기를 유발해주세요. 배우의 스타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전 그 부분이 맞고 편했습니다 더 집중을 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별로 변하신 게 없더라고요."

줄기세포, 생명공학 등 일상생활에서 조금 낯선 소재들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선택하기 전 주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대사들로 어려운 용어들을 풀어내고, 깊숙하게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박해일은 이 점이 상업영화의 미덕인 것 같다고 전했다.

"더 엷게 표현했다거나, 깊게 들어갔다면 상업 영화의 미덕에서 벗어났을거예요. 시사회 한 관객분들과 언론인분들이 보시고 관람평을 들어보면 몰입도가 괜찮은 것 같아요. 영화를 관람하시기만 해도 잘 따라가실 수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성과에 맹목적인 한 남자로 시작해 그걸 뜨겁게 보도하는 언론, 보고 싶은 진실만 믿는 대중 등 현대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제점들을 꼬집고 있기도 하다. '제보자'가 전하는 여러가지 메시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니 막상 박해일은 "순간순간 감정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디테일을 크게 생각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촬영 전 준비 할 때 시나리오를 읽고 짚어보는 시간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하면 속도감 있게 찍어나가는 와중에 순간의 감정과 상황을 연기해야하기 때문에 전체를 보진 못해요. 전체는 감독님의 몫이죠."

박해일은 '제보자'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후배 김이슬 역을 맡은 송하윤과 호흡을 맞췄고, 자신을 롤모델로 생각한다는 후배 유연석과도 함께 했다. 박해일은 이 두사람 칭찬을 잊지 않았다.

"윤민철이 제보자 심민호, 이장환 박사 등과 많이 만나는데 그 중 김이슬과 함께 할 때 드라마적인 부분이 꽤 있어요. 인터뷰 할 떄 과정을 어떻게하면 팀워크를 현실감 있게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하윤씨가 준비를 많이 해왔더라고요. 놀랐어요. 촬영 현장에 김이슬이 되서 왔어요. 현장에서 긴장도 많이 했을텐데 그걸 이겨내면서 몸을 던지더라고요. 그걸 옆에서 느끼다보니 호흡을 잘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동생 같은 후배였어요."

"유연석은 정말 이름처럼 유연하더라고요.하하. 촬영을 할 때나 안할 때나 본인의 역할에 감정을 간직하고 있어요. 스태프와도 소통이 좋더라고요. 그걸 초반 촬영할 때 봐서 별로 걱정은 안했어요."

영화 속에서 윤민철이 이장환 박사와 직접 마주하며 줄기세포 논문과 의혹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대면 장면이 있다. 당당했던 이장환 박사는 윤민철의 기세에도 여유롭게 대처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해온 윤민철은 이장환 박사를 구석에 몰어넣는다. 극중 가장 쾌감있는 장면은 이 장면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이장환 박사의 대면 장면은 정말 신경써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이슬 조감독과 같이 인터뷰하는데 그 장면이 윤민철이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다가 목표를 만나서 결정짓는 신이 많다보니 저도 그 신을 가장 많이 염두하고 촬영했습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영화적 구도가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를 생각해낼 수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끼리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가 가능하고, 과거로 돌아가 그 사건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영화적 구도가 제보자의 한 부분, 또 내부 고발자, 언론인, 그리고 이장환 박사로 포지션이 돼 있어요. 영화를 다각화로 보고 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언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슈의 정보를 받아요. 시간이 흘러서 소재를 다시 찾아보는건 좋은 행위라고 생각해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죠. '제보자'가 그런 기능을 하는 것이 행복해요."

보통 영화가 개봉을 하면 출연하는 배우들은 기자들과 인터뷰 외에도 TV 예능프로그램에 나가 영화를 홍보한다. 하지만 박해일은 항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뿐이다. 이유를 물었다. "이렇게 말주변이 없는데 어디 나갈 수 있겠어요?"라고 재치있게 답을 시작했다.

"영화를 찍으면 이렇게 인터뷰 하는 것이 익숙해요. 그 어느 자리보다 제 생각을 이야기하기 좋은 방식이 인터뷰인 것 같아요. 제일 편하면서도 제 생각을 정리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죠."

박해일에게 '믿고보는' 타이틀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그런 대중의 믿음이 든든하기도 하지만 부담도 같이 간다는 박해일. 부담이란 긴장을 놓치않고 배우로서 제 스스로의 몫을 다하기 때문에 그의 영화는 내일도, 내년도 관객들은 '믿고 본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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