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우리은행 매각, 잠재적 후보자들이 외면하는 까닭은
주식 고평가·보유 부실물량 부담
내달말 예비입찰 최소2곳 참여해야


지난달 30일 경영권 지분(30%)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다. 역대 4번째 매각 시도다.

하지만 매각불발 가능성도 상당하다. 경영권 지분에 대해 아직까지 교보생명 외 인수의사를 비친 곳이 없다. KB, 신한, 하나, 농협 등 4대 금융지주는 인수전 불참을 분명히 했고 110조원을 굴리며 투자업계 큰손으로 떠오른 새마을금고도 입찰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매각성공을 위해서는 다음달 28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예비입찰에 최소 2개 업체가 참여해야 ‘유효경쟁’이 성립된다. 이처럼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이 우리은행에 고개를 돌린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비싸다’는 것이다.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얘기다. 1일 오전 9시 50분 기준 우리은행 1주당 가격은 1만2950원으로 지분 30%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경영 프리미엄까지 합쳐 3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만한 자금력을 갖춘 인수 주체가 그리 많지 않다.

유일하게 인수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교보생명도 보험법상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인수 자금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실제 수익성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도 현재 0.51배다. 배수가 높을수록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가격대비 실속이 없다는 점도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사의 대표적인 이익창출 능력 지표로 평가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우리은행의 경우 3~4%대로 동종업계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향후 3년간 평균 경상 ROE(추정치)도 5%대에 불과하다.

부실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인만큼 그동안 사실상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기업금융 비중이 높다. 최근 STX, 동부그룹 등 대기업들이 흔들리면서 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우리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우리은행이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계열(14곳)과 관리대상 계열(2곳) 등 16곳에 대출해 준 자금은 6조6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우리은행 대기업 원화대출금 18조8000억원의 35.1%에 달하는 액수로, 단일 금융기관으로는 산업은행(13조 3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부실여신 비중도 높다. 올해 상반기 현재 우리은행의 고정이하 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비율은 2.54%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충당금 적립비율은 89.2%로 상당히 낮다. 최근 금융당국이 기술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기술금융 실적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부실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제 흥행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업계에서는 우리은행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면서 “경영권을 인수해도 정부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경영이 어려울 것이란 점도 인수를 꺼리게 한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