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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폭력 벗어나고 싶다면? “부부 힐다잉(임종체험) 권합니다”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유언장을 낭독한 후 수의를 입은 부부는 자신의 사진이 있는 영정 앞에 처음으로 섰다. 지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했다. 관뚜껑이 열렸다. 살아서 관에 들어가려니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막상 관에 누우니 평온한 느낌과 함께 가족에 대한 아픈 마음과 미안함이 밀려와 울컥 눈물이 나왔다.

밖에서 “자, 이제 여러분은 지금까지의 세상을 끝내고 새로운 세상에 나옵니다”라는 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관에서 나온 부부는 고통스러웠던 지난 날 대신, 새로운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마무리하고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가정폭력에 고통받던 부부가 서울 영등포구의 한 ‘힐다잉’ 센터에서 경험한 임종체험의 일부다. 

힐다잉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관 옆에서 명상의 시간을 갖고 있다.

최근 경찰이 성폭력ㆍ학교폭력ㆍ가정폭력ㆍ불량식품 등 4대악 근절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가정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부부에게 임종체험 제안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1일 서울광진경찰서는 “가정폭력으로 잦은 신고가 접수되던 부부를 위해 ‘힐다잉’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며 “향후 이 프로그램을 정기화해 가정폭력 근절에 앞장 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힐다잉’은 최근 유행하는 ‘힐링열풍’의 일환으로 실제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간접 체험함으로써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이다. 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직원들은 가정폭력 신고 사후 모니터링에서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결여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적절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힐다잉’을 전격 도입했다.

지난달 20일 이 경찰서의 송덕선 여성보호계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처음 진행된 ‘힐다잉’ 프로그램에는 그간 가정폭력으로 신고가 자주 접수돼 재범이 우려되는 부부 한 쌍이 참석했다. 이들은 체험 전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지만 영정사진을 촬영하고 유언장을 낭독하면서 “죽음을 앞두고 가진 것은 수의 한 벌 뿐”이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금까지 가족들과 등지고 살아온 삶을 반성했다. 또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간 후에는 눈물을 흘리며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힐다잉 프로그램 참가자가 스마트폰에 있는 자신의 영정사진 앞에서 유언을 작성하고 있다.

참가 부부는 “가족 모두가 정기적으로 전문상담을 받으며 화목한 가정을 꾸리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지금까지의 세상을 끝내고 새로운 세상에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소중한 가족과 주변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했다.

광진경찰서는 힐다잉을 향후 관내 가정폭력 부부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으로 적극도입할 계획이다. 송 계장은 “힐다잉 체험 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 부부를 보며 더 많은 부부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위기의 부부를 힐다잉 체험을 통해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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