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브라질 보다 더 브라질적인 ‘도쿄 삼바축제’
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국민들 서구지향적 마인드에
브라질과의 남다른 우정겹쳐

시민들 1년간 생업과 함께 준비
단순한 문화콘텐츠 카피 아닌
전통축제처럼 열정적으로 즐겨



근ㆍ현대사를 돌아보면, 동양 사회에서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다소 ‘일방적’인 모습이 많았다. 서구가 뚜렷한 목적을 갖고 개항을 요구하고 갈등 끝에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식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약간 다르다. 새로운 서구문화와 접촉하는 과정은 서구측 ‘노크’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일본인 스스로가 아시아 틀을 벗어나 서구를 지향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로 들어간다)’라는 말에서 보듯, 예로부터 일본은 동양을 벗어나 유럽의 문화를 동경해 왔다. 이같은 자세는 일본이 다양한 세계문화에 더 빨리 눈뜨는 계기로 작용했다. 

맹목적 사대주의(事大主義)로 빠지면 위험한 측면도 있겠지만, 적절한 개방적 자세는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발상지 보다 더 좋은 문화 산물을 만들어내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일굴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로 들어간다)’라는 말에서 보듯, 예로부터 일본은 동양을 벗어나 유럽의 문화를 동경해 왔다. 이같은 자세는 일본의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발상지 보다 더 좋은 문화 산물을 만들어내는 청출
어람(靑出於藍)을 일굴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적지않다. 브라질 삼바축제가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열리는 것도 이러한 사고의 결과물이다.

지금 일본 곳곳에 있는 서양 요리는 오히려 현지보다 더 맛있다는 평가도 있다. 동서양 ‘상호주의’적인 문화접변의 자세는 서양의 축제를 일본으로 옮겨오기도 한다. 상호주의는 우정을 뜻한다. 브라질 삼바축제가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열리는 것도 상호주의와 우정의 결과물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중남미 특유의 문화축제를, 모방 잘 하는 일본인들이 그럴싸하게 구현하는 수준이라 생각할 수 있다. 

더욱이 브라질 아닌 곳의 삼바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브라질=삼바’이미지가 각인된데다 이 축제에 쓰이는 화려한 복장은 덩치가 큰 서양인들에게나 어울릴 법한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그것도 우리로 치면 인사동 같은 조용한 전통의 거리인 아사쿠사에서 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축제는 1981년부터 시작돼 어느덧 33회 째 열리고 있어 ‘내공’도 제법 쌓였다.


이는 일본의 서구지향적 마인드와 브라질과의 남다른 우정, 두 가지 키워드가 중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일본은 1908년 커피농장 이주를 시작으로 약 100년 넘게 브라질과 교류해 온 역사가 있고, 지금도 약 150만 명의 일본계 브라질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우리 할아버지 쯤 되는 조상들이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하와이로 갔듯이, 일본 사람들도 브라질로 가서 여러 생업에 종사하며 정착하였고, 역이민도 상당하다고 한다. 일본항공은 오래전부터 직항을 운행할 정도로 브라질과의 관계는 실로 돈독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8월23일 아사쿠사 현장에서 직접 본 삼바카니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사람들의 ‘즐거움’이었다. 

동양인도 서양인도 모두 함께 어우러져 각자의 복장을 뽐내는 모습, 때로는 군무로, 때로는 거대한 장비로, 그 사이에 남녀노소에 동서양인을 망라해 각자의 복장과 방식으로 만끽하는 다양한 즐거움이 그것이다. 삼바도 삼바지만 마치 자신들의 전통축제처럼 삼바가 녹아들어 있다는 분위기, 이것이 현장에서 느낀 도쿄의 삼바카니발이었다.

사실 일본에는 교토의 기온마츠리, 오사카의 텐진마츠리, 도쿄의 칸다마츠리에다, 시 단위가 아닌 구 단위의 축제들까지 포함하면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축제가 많다. 특히 하나비(불꽃) 축제가 곳곳마다 펼쳐질 때면 사람들의 행렬이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그 열기가 뜨겁다. 삼바 축제도 전통 축제 만큼이나 열정적이었다.

한국에서도 외국 축제의 소재를 빌려온 것들이 눈에 띈다. 스페인 토마토축제를 본따 화천에서 토마토축제가 생겼고, 최근엔 태국 쏭크란 축제를 본따 신촌과 홍대입구에서 시원하게 물총을 쏘는 축제도 열렸다. 한국에서 소재가 성공할 수 있다면 단순히 모방이라 치부하고 말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아울러 단순히 들여오는 데서 벗어나, 인기있는 축제들을 서로 교환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선 참여자들의 ‘열정’이 필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모여서 생업과 함께 1년간 열심히 축제를 준비하고, 날씨가 좋던 나쁘던 아랑곳없이 모두 도로에 나와 서로 자신들의 장기를 보여주고 나누는 열정은 곧 즐거움이고, 자연스러운 사회통합을 이루는 법이다. 열정은 자발적인 것이고, 자발성과 적극성은 우정을 강화시킨다. 누가 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닌 만큼, 33년간 꾸준히 이어져 내려온 도쿄의 삼바카니발로부터 일본이 일찌감치 서방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었던 ‘숨은 힘’을 엿본다.

남기찬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차장/yuki4@knto.or.kr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