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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박준규> ‘떴다방’이 떠서는 안 되는 이유
“젊은 총각, 여기 아파트 청약 넣을거야?”

지난 주말, 서울 강북에 들어서는 한 아파트 단지 견본주택 취재를 마치고 건물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운동화 끈을 고쳐 묶는 기자에게 한 아주머니가 다가오더니 대뜸 물었다. 견본주택 주변에서 진을 치고 있던 이동식 중개업소, 일명 ‘떴다방’ 관계자였다.

그는 청약통장은 있는지,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가장 마음에 드는 주택형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그러고선 당첨이 되면 분양권을 웃돈 얹어서 팔아주겠다고 했다. 당첨되면 여기서 살거라고 말하는 기자에게, 떴다방 업자 왈 “젊은 총각이 아직 잘 모르네, 여기 분양권 판 돈 모아서 더 좋은 동네에 집 사야지.”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일부에선 과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분양권 불법 전매를 노린 떴다방이 견본주택에서 기승을 부린다. 주로 강남권이나 위례신도시 같은 신규 택지지구에서 영업하던 이들이 강북에서도 목격된다. 이들은 소위 ‘흥행이 될만한’ 단지에서 청약자들의 분양권 거래를 알선하며 이익을 남긴다. 아예 남의 청약통장 수백개를 사 모아서 직접 청약을 넣는 업자들도 있다. 명백한 불법이다.

문제는, 이들이 전매제한이 풀리기도 전에 분양권 거래를 조장하면서 불필요한 과열을 부추기는 점이다. 청약도 시작하지 않은 아파트에 적게는 수천만원서 많게는 1~2억원까지 웃돈이 붙는 상황이 연출되는 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실수요가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지고 견본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단기차익을 노린 수요가 커지면서 ‘투기성 청약’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약제도가 개편되는 내년부턴 청약통장에 가입 1년이면 1순위 자격(수도권 기준)이 부여된다. 분양시장의 과열 양상이 지속된다면, 새 청약제도는 투기 수요를 더 키울 수 있다. 청약에 당첨되면 수천만원 비싸게 분양권을 팔고, 떨어지면 새 통장 만들어 또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청약통장이 ‘1년마다 당첨자가 결정되는 로또’가 되는 셈이다. 벌써부터 내년 분양시장이 걱정되는 이유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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