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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기고]새내기 경찰인 내가 생각하는 ‘청렴’은?
-서울 강서경찰서 방화3 파출소 순경 이호

어느덧 무더위가 가고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돌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바쁜 일상에 여유를 내어 높아진 하늘을 바라볼 때면 잠시나마 경찰에 투신(投身)하기 전에 가졌던 의지나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그 중에 높고 청명한 가을하늘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청렴(淸廉)이 아닐까 한다.

나는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한지 불과 4주 밖에 지나지 않은 새내기 경찰관이다. 하지만 졸업이 마치 아득한 옛 일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중앙경찰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교육들이 반복을 통한 자기 학습을 하지 않으면 잊힘을 의미한다. 청렴이란 단어도 마찬가지이다. 중앙경찰학교에서는 청렴한 경찰관을 양성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다. 경찰인성, 경찰윤리 등의 수업을 통해서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그럼 청렴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강조하는 것일까? 중앙경찰학교에서는 청렴을 ‘마음이 고결하고 재물욕심이 없는 것’,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것’의 사전적 의미와 경찰공무원에게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는 ‘의무위반 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교육한다. 나 또한 청렴을 막연히 의무위반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찰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나름대로 청렴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청렴의 의미를 아는데도 불구하고 연일 매스컴에서 경찰공무원과 관련된 금품수수와 공금횡령, 부당한 청탁과 압력행사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징계, 형사입건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일까? 또한 건전한 사회분위기를 망치는 경찰공무원의 행태를 예방하기 위해 출근 전 음주감지기 테스트를 통한 숙취여부 확인, 조직 내 구성원이 직접 신고 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공익신고의 활성화, 청렴교육을 하는 것일까?

경찰 일선은 인력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하루하루가 숨 가쁘고 빠르게 돌아간다. 업무처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청렴이라는 단어는 고어(古語)와 같이 잊혀 버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청렴이 이렇게 잊혀 버려야 하는 것일까? 몸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영화 역린을 보면 ‘중용(中庸) 23장에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生育)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이곳 강서경찰서 방화3 파출소에 근무하면서 청렴과 중용23장이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는 것을 깨닫고 배우게 되었다. 파출소 소장님, 팀장님 이하 선배님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작은 일도 정성스럽게 처리한다. 도박, 음주소란에서부터 순찰까지 일 처리는 정석(定石)으로, 주민과의 대화는 부드럽고 최대한 많이 하면서 사건을 원만히 해결한다. 또한 끊임없이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다.

나도 선배경찰관들처럼 스스로 끊임없이 훈련하고 정성을 다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내 겉으로 드러나 굳이 청렴에 대하여 강조할 필요 없이 지켜보는 이가 이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생각하고 실천할 것이다.

넬슨만델라 대통령의 말처럼 무엇이든 되기 전까지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경찰공무원 한명한명이 적폐(積弊) 청산을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청렴은 그리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경찰이 신뢰받고 당당하며, 정의롭고, 공정한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정성스럽게 하다보면 청렴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나타날 것이고, 그리하여 경찰에서부터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가 사라지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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