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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출소녀 막는 것이 성매매 근절 첫 단추
-성매매특별법 10년 계기, 새로운 대안 모색을
-가족기능 회복, 가족기능 대체할 정책 제공돼야
-정혜원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논문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소녀들이 왜 가출을 시작하고, 어떻게 성매매로 유입되는지 그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인 요인들을 분석한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는 단순히 소녀들이 왜 성매매를 하는지에 대한 기존 원인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종합적인 분석이다. 성매매특별법 1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뿌리가 뽑히지 않는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고, 성매매 시발점인 가출 소녀를 막는 등 보다 효과적으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는 방향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혜원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출과 성매매 경험이 있는 15~18세 소녀 2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분석 결과를 ‘가출 청소녀들이 성매매에 유입되는 과정-생태체계학적 접근을 중심으로’(한국범죄학 8권 2호)라는 논문에 발표했다.

30일 이 논문에 따르면, 가출 소녀들은 부모의 방임과 학대로 처음 가출한다. 가출 소녀들에게 집은 정서적 안정과 보호를 주는 공간이 아닌 ‘상습적인 폭력과 무관심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이들은 부모로부터 최소한의 보살핌이나 보호도 못받고 있었다. 

청량리 집창촌의 어떤 풍경.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최초 가출은 대체로 단기간에 끝나고 생활이 힘들면 자발적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가출이 반복되면서 부모들이 무관심해져 거리 생활이 힘들어도 더는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상습화된 가출은 부모와 자녀 간 물리적ㆍ정서적 단절을 부추겼다. 가출 소녀들은 부모에 대해 분노와 연민 등 심리적인 갈등을 겪었고, 상담과정에서 성매매 관련 이야기보다 가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더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출 소녀들이 낯선 거리에서 처음 직면하는 문제는 ‘먹고 자는’ 생존문제였다. 이들은 또래들과 관계를 맺으며 무섭고 불안한 거리생활에 정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선택한 또래들은 ‘또래들로부터의 폭력’이라는 또 다른 무서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가출한 또래들은 ‘가출했다’는 동질감과 함께 서로에 대해 ‘질이 나쁘다’며 불신감도 동시에지녔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고깃집이나 공장, 각종 아르바이트 등 생애 최초로 밑바닥 노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거리 생활을 이어가려면 더 큰 돈벌이가 필요했고, 손쉽게 그녀들을 환영하는 곳은 조건만남 등을 통한 성매매 시장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심층면접 대상자 20명 중 18명이 조건만남을 한 경험이 있었다.

한번 성매매를 시작하면, 쉽게 성매매를 반복했다. ‘버린 몸’이라는 순결 이데올로기는 생존의 욕구와 연합돼, 가출 소녀들의 성매매를 지속하게 하는 강력한 유인 요인이 되고 있었다. 여기에다 가출 소녀들은 성에 자유롭고 성(性)적 침해를 해도 되는 대상처럼 인식하는 ‘사회적 낙인’도 가출 소녀들이 성매매를 반복하게 했다. 인터넷이나 유흥업소 등을 통해 언제든 성매수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성매매를 부추겼다.

정혜원 연구위원은 “소녀들의 가출이 가족의 학대와 방임에서 시작되는 만큼, 가족 기능을 회복하고 가족 기능을 대체할 정책과 사업이 제공돼야 한다”며 “사회적으로는 가출 소녀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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