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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경 금지에도 고래 먹는 일본인 왜?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포경은 일본 문화의 일부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포경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15일~18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에서 내년부터 남극해 포경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올 3월 남극해에서 일본이 벌이는 포경이 연구 목적이 아닌 사실상 상업용이라면서 포경 중단을 명령한 지 반년 만이다. 일본은 ICJ의 조치가 남극해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들어 4~6월엔 북동부 미야기(宮城)현 근해에서 밍크고래 30마리를 포획하는 등 포경을 강행하고 있다.

일본의 한 식당에서 판매되는 고래고기 초밥 [자료=다베로그(tabelog.com)]

여기에 일본 정부는 한술 더 떠 상업포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IWC는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금지하고 연구용에 대해서만 일부 허용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6월 상업포경 재개를 위해 국제사회에 이해를 촉구하겠다고 공언하며 포경 규제의 빗장을 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일본이 고래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일본인의 머릿속에 ‘고래고기=일본 문화’라는 등식이 굳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9세기 이전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고래를 사냥했을 정도로 고래 식문화의 역사가 깊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엔 고기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고래고기가 일본인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됐다. 단백질 섭취량의 절반을 고래고기로 충당했을 만큼 고마운 존재였다.

최근에는 대체 식품이 많이 등장하면서 소비량이 감소했지만 고급 전통음식으로 인식되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지바현 미나미보소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민들이 잡아온 흑고래를 손질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현장학습을 시행하고 있다. 학습이 끝난 뒤에는 고래 튀김을 시식해 고래고기에 대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료=CNN방송 캡쳐]

뱃살로 만든 ‘고래 베이컨’은 별미로 인기가 높아 일반 베이컨보다 7배 비싼 값에 팔리며, 꼬리 부분은 회나 초밥, 또는 살짝 익혀 ‘타다키’로 먹는다.

아사히 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고래고기를 먹지 않는 일본인 비율이 37%에 달했음에도 포경 찬성 의견이 60%를 차지한 사실은 일본이 고래잡이를 계속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차원에서 고래 식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고래 사냥 시즌을 앞둔 지난 6월 초 고래 문화 홍보를 위한 ‘고래 주간’ 캠페인을 벌였다.

또 문부과학성은 학교 급식에서 고래고기를 섭취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 덕에 일본에서 학교 급식용으로 팔리는 고래고기는 연간 100t에 이른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포경기지 중 하나인 지바(千葉)현 미나미보소(南房総)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고래 어업을 하는 어촌을 방문해 고래 손질 과정을 지켜보고 고래고기를 시식하는 내용의 현장학습을 시행하고 있다. 포경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고래 식문화를 미래세대에 전승하기 위함이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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