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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전에 고통받는 시리아 아동 수십만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시리아 쿠사이르시(市)에서 레바논으로 넘어온 다섯살 박이 소녀 아미라는 전쟁의 피해로 다리를 못쓰게 됐다. 아이는 삼촌 2명이 현장에서 피흘리고 죽고, 살던 집이 포탄을 맞고 산산조각나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 때의 파편이 아미라의 팔에 상처를 남겼다. 다섯살 소녀가 버텨 내기에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일까. 그 뒤로 아미라는 식음을 거부했다. 근육 위측증이 와 다리는 더이상 메마른 몸을 지탱할 수 없게 됐다. 아미라의 어머니는 “아이가 너무 많은 것을 봤다”고 안타까워했다. 어머니는 비정부기구(NGO)의 도움을 받아 아미라를 정신과 상담과 영양실조 치료를 받게 했다. 한달 반 가량 치료를 받은 뒤 아미라는 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아미라의 사례는 오랜 내전과 갈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수십만 시리아 난민 아동의 현주소다.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 아동의 상당수가 불안장애, 우울증,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스트레스, 발달 장애 등의 정신 질환을 겪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구 400만명의 레바논에 등록된 시리아 난민 수는 110만명 이상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성인의 보호를 받아야할 17세 미만의 청소년과 아동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레바논에는 인근 요르단이나 터키와 달리 정부 공식 난민촌이 없다. 대부분 난민들은 가난한 시골 마을에 정착하고, 실직자 대열에 합류한다. 때로 레바논 무장세력이 난민촌을 불태우고, 난민을 살해하기도 한다. 유니세프(UN아동기금)의 앤소니 맥도널드 아동보호장은 “시리아에서 온 대다수 인구는 일종의 고충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동, 청소년 난민은 레바논에서 가난, 열악한 생활여건, 폭력, 학교 교육 부족 탓에 2차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전했다.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 아동 5명 중 4명 꼴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올 초 공표한 조사에 따르면 레바논에 사는 15~24세 시리아 난민의 41%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연령대의 여성의 50%가 자살 충동을 겪었다.

의학 전문가들은 전쟁 위험이 사라진 뒤에도 일부는 ‘생존주의자(전쟁 등 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비하는 사람)’ 자세로 살며, 공포증과 히스테리, 야간 공포, 야뇨증 같은 퇴행 증상을 생전에 보인다고 분석했다.

난민들을 위한 기금이 주로 잠자리, 음식 등 삶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 맞춰져 있을 뿐 정신적 어려움 해소에는 소홀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아동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제구호단체인 인터내셔널메디컬콥스의 제이나 핫산 정신건강 담당 이사는 “레바논에는 정신 건강 관련 인프라가 전혀 없다. 아이들을 위해선 모든 것이 안전한 환경이 되어야하는데, 불행하게도 아무것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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