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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시 이전…그러나 몸만 이전, 마음은 서울에…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 거리는 130여km. 매일 아침 이 거리를 출근하고, 저녁 6시면 퇴근하는 이들이 있다.

출ㆍ퇴근 거리만 합치면 260km에 달한다. 강남역 바로 앞이 집도 아니다. 버스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30분을 이동해야 하니 하루 300km를 넘게 출퇴근을 위해 달린다.

하루 100여대의 고속버스가 서울, 경기권과 세종시를 오간다. 이 버스에는 피로에 지친 공무원 3000여명이 2시간 쪽잠을 자며 출근을 한다.몸은 서울ㆍ경기와 세종시를 오가지만, 마음만은 집, 바로 서울과 경기도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프닝도 벌어진다.

22일 오전 출근시간 경부고속도로에서 화물차가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경부고속도 하행선이 꽉 막히면서 출근하는 공무원 수천명이 대거 지각하기도 했다. 각 부처의 오전 회의시간이 미뤄지기까지 했다.

상당수 공무원들이 수도권에서 세종시까지 출퇴근을 하다 보니 정부세종청사 주변은 한 마디로 휑하다.

점심 시간 세종청사 인근 첫마을이나 1번가, 장군면 등의 식당가는 점심을 먹기 위해 공무원들이 줄을 서지만, 저녁 시간에는 대부분의 식당이 텅 비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공무원이 세종청사 주변으로 이주해올 것이라고 예상해 분양됐던 상가들은 벌써부터 임차인들이 바뀌기기도 했다. 일부 상가 건물의 경우 건물을 짓다 만 채 흉칙한 모습으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 부가가치세 별도로 임대료 350만원인 49.58㎡(15평)의 상가는 분양 시작 3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청사 주변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전세가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고, 중단기 입주자들이 주로 찾는 오피스텔이나 원룸의 경우도 세입자들이 없어 보증금 추락과 월세 하락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1년간 매매가격이 평균 2000만~3000만 원 하락했지만, 반등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인근 D오피스텔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원 선에 새로운 입주자들을 모으고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500만원에 30만~35만원선의 월세를 받는 곳이 등장했다.

일부 오피스텔은 500만~1000만 원 수준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된 곳도 있다. 전용면적 84㎡ 기준 전세가격이 1억 원을 밑도는 아파트도 있다. 세종청사에서 10여분 거리에 신축된 원룸형 빌라들의 경우 입주 공무원들을 받지 못하자, 공사장 인부 등의 단기 임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주(定住)하지 못하는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정부세종청사에는 ‘주 4일제’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월, 화, 수, 목요일까지만 일하고 금요일은 월차를 쓰는 경우가 많다. 국ㆍ실장급 고위직 공무원들은 대부분 금요일이면 서울에서 일정을 잡는다. 목요일 저녁에 서울로 퇴근한 뒤 금요일은 서울에서 짧은 일정을 소화하고, 퇴근하기 때문이다.

한 고위직 공무원은 “사무관급 공무원들은 평생 다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족들과 함께 내려오는 경우가 많지만, 고참 공무원들은 본인만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출퇴근을 하거나 원룸을 얻어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종시에 정착하는 공무원 등이 많아지려면 최소 5년 이상은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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