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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인사이드] 한전부지 본계약 체결, 정몽구 회장 ‘냉정과 열정사이’
[특별취재팀=권남근 기자]현대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현대차의 무리한 베팅이다. 현대차의 완승이다’ 등등. 그도 그럴만 하지요. 현대차가 감정가 대비 3배를 넘는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았으니까요. 취득세 등 토지부대비용과 공공기여, 건축비 등을 모두 합하면 사업비는 15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26일엔 한전과 본계약도 체결했습니다. 명실상부 이제 현대차가 한전부지를 안고, 새로운 본사 설립을 위한 진정한 첫발을 내디디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한전부지 인수건에 대해 증시에선 시선이 싸늘합니다. 인수주체인 현대차그룹 3사(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이틀간 10%이상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사라진 시가총액만 인수금액보다 많은 11조원이 넘습니다. 이때문에 현대차그룹 실무진의 실책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최근 경쟁사였던 삼성의 입찰가가 8~9조원이라는 설이 나오다가 4조6700억원쪽으로 알려지면서 이는 더욱 설득력있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한전부지 인수를 둘러싼 이슈는 크게 두축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정몽구 회장의 열정과 시장의 냉정입니다. 정몽구 회장의 열정은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정회장의 마음을 생각하면 이해가 좀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은 예전부터 세계 5위 자동차회사의 위상에 맞는 본사를 만드는 게 숙원이었습니다. 정 회장은 이번 한전부지 인수에 대해 다른 어떤 사안보다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본사는 사실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을 위한 것입니다. 한전부지에 세워질 새로운 현대차그룹 건물은 2023년께나 되야 완공됩니다. 그때 정회장의 나이는 85세입니다. 10여년 뒤면 명실상부 정의선 부회장의 시대일 것입니다.

재계에서도 “정 회장이 아들인 정 부회장에게 이번 건(한전부지 인수) 만큼은 꼭 해주고 싶어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회장에게 이번 한전부지 인수는 돈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은 한전부지 인수에 대해 “100년을 내다보고 결정한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10조5500억원의 금액에 대해서도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금액을) 결정하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증시에서의 시각은 냉정합니다.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가 필요한 것은 충분히 알겠지만 “10조5500억원은 너무 비싸게 사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경쟁사인 삼성을 너무 의식해, 안써도 될 돈을 쓴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 돈으로 차라리 주주들에게 배당이나 더 늘리지!” 하는 격한 감정이 묻어 있기도 합니다. 정 회장이 밝힌 국가기여에 관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정부에 좋은 일 시키는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예상을 넘어서는 10조5500억원이라는 큰 금액이다보니 온갖 추측도 난무합니다. 심지어 정부와 현대차와의 빅딜설(?)까지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이 금액이 한전의 누적적자인 11조원에 맞춘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 구매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고 적은 차량 구입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저탄소차협력금제(탄소세)가 유예된 데 따른 현대차의 정부에 대한 화답(?)이라는 분석까지도 나옵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탄소세 도입을 반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너무 격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겐 천문학적인 10조5500억원이 현대차에겐 큰 부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설령 삼성이 적어낸 입찰가격과의 차이인 6조원을 더 썼다 하더라도 사옥이 없어 임대로 사는 계열사들의 연간 임대료만 2400억원이고, 강남개발에 따른 지가상승으로 장기적으로 충분히 해소된다는 것입니다. 계열사간 시너지와 현대차브랜드 상승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무형의 가치라는 것입니다.

배당에 대해서도 현대차그룹은 어차피 벌어들인 금액에서 배당을 하는 것이지, 현재 가지고 있는 금액(순현금 20조6000억원)에서 배당을 하는 게 아니므로 주주 배당몫에서 빠질 것은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현대차그룹의 본업에 훼손을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므로 시장의 반응이 너무 과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돈은 현대차그룹 3사가 1년안에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는 규모이므로 배당이든 향후 투자든 실탄도 넉넉하다는 것입니다.

26일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도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한전 본사 부지를 인수키로 결의했습니다. 분담비율은 각각 현대차 55%, 기아차 20%, 현대모비스 25%로 기존 추정보다 기아차의 부담이 줄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좀 늘었습니다. 이는 5조8025억원, 기아차는 2조1100억원, 현대모비스는 2조6375억원입니다. 분담금은 앞으로 4개월 단위로 내년 9월까지 내면 됩니다. 

한전부지를 둘러싼 정몽구 회장의 열정과 시장의 냉정 사이. 누가 맞을까요? 결국 10년 뒤 현대차그룹의 모습에서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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